게임 제작사 위메이드는 중국 게임사를 상대로 한 ‘미르의 전설2’ 관련 소송을 최근까지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에 관한 소식보다 더 송사 소식이 자주 들려올 정도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분쟁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그 역사를 되짚어보자.

위메이드, 샨다게임즈, 액토즈소프트 로고. / 각 사 제공
위메이드, 샨다게임즈, 액토즈소프트 로고. / 각 사 제공
위메이드는 2000년 액토즈소프트에서 분사했다. 이 때 액토즈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前 액토즈소프트 개발팀장)이 개발 중인 게임 ‘미르의 전설2’를 가지고 나왔다. 분사 과정에서 액토즈는 위메이드의 지분 40%와 미르 지식재산권(IP) 공동 소유권을 보유하게 됐다.

미르의 전설2는 위메이드가 2001년 출시한 PC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같은 해 중국에 진출한 이 게임은 크게 흥행했다.

2004년에는 중국 게임시장에서 65% 점유율을 달성하고, 2005년에는 중국 동시 접속자 수 80만명을 기록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2009년에는 ‘미르의 전설2’ 중국 내 회원 수 2억명을, 2011년에는 단일 게임으로 세계 누적 매출 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미르의 전설2와 비슷한 게임성을 지닌 게임을 ‘전기류 게임’이라는 장르로 칭할 정도로 시장이 크다. 전기류 게임 시장 규모는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불법 게임이다. 이 게임들은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미르의전설 IP를 도용했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2019년 12월까지 이러한 불법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 7545개, 웹게임이 752개, H5게임이 258개로, 총 8555개에 달하고, 사설 서버는 수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와 분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중국 게임사 중 하나는 ‘샨다게임즈(랸사정보기술)’다. 처음에는 PC게임 ‘미르의 전설2’가 쟁점의 중심이었다.

미르의 전설2 게임 화면. / 위메이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미르의 전설2 게임 화면. / 위메이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위메이드와 손잡고 중국에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했던 회사다. 게임이 인기를 끈 이후 2002년 9월 샨다 게임즈는 100억원대 로열티 지급을 중지한다. 개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반발해 2003년 1월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서비스 계약을 파기한다.

계약 파기 이후 샨다게임즈는 7월에 ‘미르의 전설2’와 매우 흡사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은 게임 ‘전기세계’를 출시한다. 샨다는 이에 더해 위메이드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원작 이용자 데이터베이스를 이관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베이징인민법원에 샨다게임즈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점까지는 액토즈와 위메이드가 손잡고 샨다와 소송전을 벌였으나, 8월에 액토즈소프트가 산댜게임즈로부터 밀린 로열티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미르의 전설2 중국 서비스 계약을 2년 더 연장한다. 위메이드는 연장 계약에 반발해 이 계약과 샨다 지식재산권 위반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진행한다. 2004년 11월에는 샨다게임즈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다.

2007년에 PC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를 둘러싼 분쟁은 중국 인민법원의 화해 조정에 따라 한 차례 끝나는 듯했다. 샨다게임즈는 액토즈소프트가 소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인 40%를 2000만달러로 위메이드에 전부 넘겼다. 위메이드는 ‘전기세계’의 저작권을 인정받고 샨다게임즈에 걸었던 ‘미르의 전설 2’ 저작권 침해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더해 당시 조서에는 미르의 전설2를 서비스하는 샨다게임즈로부터 받는 로열티를 3(액토즈)대 7(위메이드), 미르의 전설3을 서비스하는 광통으로부터 받는 로열티를 2(액토즈)대 8(위메이드)로 나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르의 전설2 이미지. / 위메이드 제공
미르의 전설2 이미지. / 위메이드 제공
이후에는 PC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게임 시장의 축이 이동하고, 그에 따라 유력 IP의 중요성은 점점 커졌다. 샨다게임즈는 미르의 전설 IP를 활용한 웹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연이어 출시했다.

2016년 5월 한 차례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던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위메이드는 중국 내 미르의 전설2 IP 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2007년 샨다와 맺은 미르의 전설2 관련 계약이 2015년 끝났고, 추후 중국 내 사업 제휴는 위메이드가 관리한다는 내용이었다.

위메이드는 산다게임즈가 만든 미르의 전설2 IP 웹·모바일게임은 협의 없이 무단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샨다게임즈는 IP를 활용한 개발을 끝마치고 출시 직전에 계약하려고 하기도 했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샨다의 불법 행위는 PC게임 ‘미르의 전설2’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계약은 2017년 9월 28일 종료할 예정이었다.

위메이드에 따르면, 회사는 액토즈에 샨다게임즈가 불법적으로 이익을 편취하는 상황에서 아무 조치 없이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액토즈는 위메이드와 협의하지 않고 샨다와 2017년 6월 SLA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위메이드는 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위메이드 제공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는 2016년부터 독자적으로 킹넷, 절강환유 같은 중국 게임사와 IP계약을 체결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액토즈와 샨다는 이에 반발했다. 이에 더해 위메이드는 중국 애플 앱 스토어 플랫폼에서 미르의 전설 IP를 침해하는 불법 모바일 게임을 신고해 불법 게임 1224여개를 몰아냈다. 위메이드가 2019년에 파악한 샨다 측의 불법 게임 수는 ‘164개’에 이른다.

위메이드는 샨다를 비롯한 중국 게임사에 지속해서 소송을 냈다. 최근에는 국내·외 법원에서 진행한 소송이 70여건에 이른다. 한국 게임사가 중국에서 싸우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도 있었으나, 중간 상황은 좋다. 현재까지 선고된 15건 중 14건에서 승소했다.

장현국 대표는 2019년 11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샨다게임즈에 대한 중재소송을 마무리하면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은 물러나고, 위메이드의 주장이 확고해질 것이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라이센스 산업에서 새 지위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와 샨다게임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판결문 원문. 피고 액토즈소프트유한회사와 샨다게임즈가 체결한 연장계약이 원고 주식회사 전기아이피(위메이드 자회사)가 전기2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보유하는 공유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한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담았다. / 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가 액토즈소프트와 샨다게임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판결문 원문. 피고 액토즈소프트유한회사와 샨다게임즈가 체결한 연장계약이 원고 주식회사 전기아이피(위메이드 자회사)가 전기2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보유하는 공유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한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담았다. / 위메이드 제공
실제로 2019년 12월 20일 위메이드는 2017년 9월 14일 액토즈소프트와 샨다를 상대로 제기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및 계약무효 확인 소송(연장계약)’에서 승소했다. 이는 2017년 8월 16일 이미 한 차례 연장 계약 이행 중단 가처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해당 소송은 액토즈가 위메이드와 협의하지 않고 PC게임 미르의 전설2 라이선스 연장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한 소송이다. 재판부는 "액토즈와 랸사가 체결한 ‘연장계약’이 원고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2’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해 보유한 공유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액토즈가 저작권 침해로 위메이드와 각 개발사에 제기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게임 3종에 대해서도 위메이드가 승소했다. 법원은 "액토즈소프트의 모든 청구취지를 기각한다"며 3건의 소송 모두 기각했다. 해당 게임은 ▲전기래료 모바일(2018.4.18.) ▲최전기 모바일(2018.6.20.) ▲신전기H5(2017.11.27.)다.

위메이드는 샨다, 액토즈 외에도 킹넷 계열사 ‘절강환유’나 ‘37게임즈’ 등 중국 게임사와 진행한 소송에서도 잇따라 승소했다. 위메이드는 2019년 12월 27일 킹넷 ‘왕자전기 모바일’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는데, 이 게임은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1000만회에 달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위메이드 제공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위메이드 제공
장현국 대표는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2016년 초에 시작한 미르의 전설 IP 분쟁이 사업, 소송을 통해 ‘시즌 1’의 마지막을 향해 간다"며 그동안 영향력 있는 IP를 보유했으면서도 이에 걸맞은 사업을 보이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시즌 2’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사업 경쟁력과 실적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장현국 대표는 소송이 마무리에 접어들고 정상적인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하면 해마다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위메이드의 시즌2가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승소 판결이 실제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킹넷 ‘남월전기’의 경우 손해 배상금은 받은 상태이지만, 저작권 침해 소송은 손해배상금과 별개로 진행하는 상황이다. 추후 중국 게임에 대한 로열티 계약도 맺어야 한다.

위메이드는 2019년 12월 27일 킹넷 ‘왕자전기 모바일’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왕자전기 모바일 이미지. / 위메이드 제공
위메이드는 2019년 12월 27일 킹넷 ‘왕자전기 모바일’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왕자전기 모바일 이미지. / 위메이드 제공
2018년 샨다 측의 매출은 7530억원 영업이익은 395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위메이드와 액토즈가 샨다 측으로부터 받는 PC게임 미르2 로열티는 총 169억원으로, 샨다 측 매출의 2.2%, 전기류 게임 전체 시장의 0.3% 수준이다.

2019년 3분기 위메이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하락한 28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44억원 적자에서 3분기 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회사는 2020년 ‘미르의전설 트릴로지’라고 부르는 차기작 3종을 ‘미르4’, ‘미르W’, ‘미르M’ 순서로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 공략은 탄력적으로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