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외쳤던 한올바이오파마, 5일만에 ‘절반의 성공’
보조지표 앞 세우자 거짓말 논란
안구건조증 특수성 고려 목소리 높아
업계·증권가 "임상3상은 성공 아닌 가능성·진전에 의미둬야"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 HL036 임상3상이 성공적이라고 밝힌지 닷새만에 다른 결과를 내놨다. 일각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임상 결과를 왜곡해 발표했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임상 실패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옹호한다. 2019년 잇따른 악재에서 벗어나 올해는 본격 턴어라운드를 꿈꾸던 제약바이오 업계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셔터스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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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 vs 실패’…엇갈린 의견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하루 전인 21일 HL036 임상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약물은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이 공동 개발하는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물질이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결과 발표 자리를 갖고 "임상 주평가지표인 하부 각막염색지수(ICSS)에서 유의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임상적·상업적으로 더 의미 있는 CCSS(각막의 중앙부 손상 개선 정도)와 총각막염색지수(TCSS, 총 개선 정도)에서 유의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절반은 성공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통과 여부에서는 눈 전체가 아닌 어느 한 곳에서만 유효성이 입증돼도 승인받을 수 있다"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추후 임상에서 어느 부분에 집중할 지 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임상 결과를 놓고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한다. 앞서 이 회사가 발표한 내용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닷새 전인 16일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 성공적인 톱라인 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각막 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인 총각막염색지수(TCSS)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인 증상지표(ODS)에서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대웅제약 역시 "한올과 공동연구로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확인했다"며 성공을 시사했다.

업계는 한올바이오파마가 실패를 숨긴 이유로 주가 하락을 의식한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지난해 잇따랐던 악재들을 보고 실패가 아닌 절반의 성공으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또 한올바이오파마가 주장하는 것처럼 1차 지표에서 기준치에 미달했지만 보조지표 충족을 이유로 허가받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반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에서 주 평가지표는 회사가 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FDA에 신청할 때 후보물질 효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다"라며 "이 지표는 FDA와 회사 사이에서 합의된 일종의 룰이기 때문에 이 지표는 반드시 충족해야 FDA에서 신약허가가 나온다"고 밝혔다.

안구건조증 특수성 인정해야

반론도 나온다. 안구건조증 임상3상의 경우는 FDA가 특수성을 인정해 추가 임상을 양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안구건조증은 질환 유발 요인이 다양하다. 때문에 기존에 나온 안구건조증 치료제는 여러 차례 임상3상을 진행해 유의성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구건조증은 타 임상3상과 달리 여러 번 독립적인 임상을 진행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면 허가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차례 이뤄진 한올바이오파마의 이번 임상3상 결과만 가지고 임상실패를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역시 "이번 임상3상 톱라인(Topline) 결과 주평가변수는 아니지만 부평가변수였던 CCSS와 TCSS에서 유의성이 충족됐고, 주관적지표도 EDS에서 유의성이 입증되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다음 번 두 번째 임상3상에서 주평가변수 설정을 하기 위한 명확한 근거가 확보됐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이런 관점에서 회사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본다는 주장이다. 박승국 대표가 앞서 "이번 결과를 토대로 추후 임상에서 어느 부분에 집중할 지 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던 것 역시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절반의 성공 아닌 가능성 확인…섣부른 판단은 금물"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임상에서 가능성을 본 만큼 섣불리 판단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혜린·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후속 임상(3-2상) 데이터에 따라 재평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임상 실패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했다. 이달미 SK연구원 역시 "임상 톱라인 결과발표와 주평가지표를 개선하지는 못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된 보조평가변수를 기반으로 두 번째 임상3상에 나서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DB금융투자는 자료를 통해 "HL036 추가 임상에 따라 출시시기가 지연됐기 때문에 한올바이오파마 임상 성공률을 기존 60%에서 40%로 하향조정했다"면서도 "다만 HL036은 향후 1년 내 발표될 중국 임상3상 결과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