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예술이다’ 게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게임 이용장애 찬성론자에 맞서 토론할 때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구호 중 하나다. 사실, 굳이 순기능을 부각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게임이 이미 훌륭한 문화·예술 콘텐츠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순기능보다 역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많은 미디어·콘텐츠 분야 중 유독 게임이 중독, 이용장애 등 부정적인 이슈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한국에서는 높은 교육열로 인해 게임은 항상 ‘청소년의 적’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이 탓에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외국 게임 기업 라이엇게임즈가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10팀과 손잡고 주최한 ‘리그 오브 레전드 인베이드 아트’ 전시회는 칭찬할 만한 좋은 활동이다.

회사는 게임 콘텐츠와 예술을 결합한 작품은 물론, 이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 덕에 무려 1만7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라이엇게임즈의 새 시도를 보기 위해 전시회장을 찾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라이엇게임즈가 개최한 전시회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실제로 좋은 역할을 한다"며 "더군다나 많은 방문객이 현장을 찾은 덕에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시도를 하는 한국 기업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위 학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게임사 중에서도 라이엇게임즈처럼 훌륭한 시도를 하는 기업이 나와야 하는데, 대부분 이런 방면에서 의지가 부족하거나 없는 것 같아 아쉽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기자에게 "넥슨·엔씨·넷마블 등 ‘3N’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재단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이런 시도를 한 사례를 꼽아 보라"고 말했다.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실제로 게임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색다른 시도를 단시간에 선뜻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물론 각 재단에서는 아동·장애인을 돕는 등 이미 많은 뜻깊은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3N을 비롯한 게임사는 게임 업계에서 대규모 수익을 내는 만큼 직·간접적으로 업계 발전을 위해 더 힘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한국 게임 전문 기업은 라이엇게임즈의 이번 사례에서 아티스트 10팀을 직접 섭외하고, 행사를 개최한 실행력은 물론, ‘김민아 아나운서·전문 큐레이터와 도슨트 투어’, ‘이용자 참여 코너’ 등을 마련해 1만7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모을 수 있었던 기획력을 배워야 한다.

이에 더해 게임성, 게임 자체의 예술성을 증진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져야 한다. 틀에 박힌 MMORPG 게임성, 한결같은 작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시도를 해야한다. 최근 젊은 게임 이용자,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한국 게임, 특히 대기업 게임은 다 똑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임 업계는 왜 리그 오브 레전드 예술 전시회가 흥행했는지, 지스타 2019에서 슈퍼셀 ‘브롤스타즈’ 전시장에 어째서 게임을 잘 모르는 엄마·아빠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는지, 젊은 이용자가 국산게임 대신 외산게임에 열광하는 현상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지 그 근본적 원인을 살피고자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