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전문 회사 진학사와 교육 스타트업 텐덤 간에 서비스 표절 공방이 벌어졌다. 텐덤은 자사가 운영하는 캠퍼스리뷰 서비스를 진학사가 그대로 베껴 출시했다고 주장한다. 업무협약 관계였던 지난 3년 간 진학사는 관련 데이터와 서비스 관련 자료를 받아갔고 이를 토대로 좀 더 발전된 서비스를 내놨다는 지적이다. 반면 진학사는 유사한 점은 하나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최근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업 사례가 많아지며 대기업이 스타트업 서비스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스타트업 간 분쟁도 많아졌다. 다만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이 축약된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특허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적 공방이 불거져도 명확한 결론이 나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왼쪽부터) 텐덤이 운영 중인 애드캠퍼스와 진학사 캠퍼스리뷰.
(왼쪽부터) 텐덤이 운영 중인 애드캠퍼스와 진학사 캠퍼스리뷰.
29일 관렵업계에 따르면 유원일 텐덤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입시 시장에서 큰손이라 불리는 ‘진학사’가 제공하는 ‘대학정보’ 탭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애드캠퍼스를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텐덤은 애드캠퍼스라는 대학 후기 공유서비스를 2016년 5월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애드캠퍼스는 수험생이 대학 학과 정보를 리뷰형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실제 학과 재학생이 익명으로 올린 솔직한 후기로 눈길을 끌었다.

텐덤 "진학사가 우리 자료를 기초로 서비스에 활용했다"

이후 텐덤은 2017년부터 진학사와 데이터 제휴 MOU를 체결하고 적극 협업했다. 진학사 요청으로 IR 자료를 제공(진학사에서 텐덤으로 투자 제안 및 논의)하고 진학사와 텐덤 간 협업모델도 논의했다. 수차례 미팅을 진행해 진학사 현재 문제점 파악과 향후 보완 의견도 나눴다. 이 과정에서 텐덤 데이터 원본을 공유하고, API와 내부 문서까지 공유하면서 협력의지를 다졌다.

그러던 중 유 대표는 지난해 12월 우연히 진학사가 제공하는 대학정보 탭에서 캠퍼스리뷰라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특정 대학캠퍼스 재학생 후기 평가를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유 대표는 "우연히 진학사 측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하다가 진학사가 지난해 4월 캠퍼스리뷰를 출시했던 걸 알게됐다"며 "캠퍼스리뷰는 애드캠퍼스의 학과 장단점, 학과 추천여부, 학과 미래 구성, 작성자 학번노출 시스템 등 구성을 그대로 베꼈다"고 강조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진학사 측에 넘겨 발생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텐덤이 진학사를 믿고 회사의 원천 데이터를 넘긴 건 진학사로부터 투자 유치 얘기가 오갔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진학사는 최근까지도 500억원 자본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해보려고 한다"며 "텐덤과 함께 할 것이 많다. 진학사가 투자를 안할 이유가 없다, 진학사도 텐덤과 같이 하면 정말 좋은 기회다 등등 수많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뒤에서는 이런 행위를 하고 있었다니 참 할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우리가 제안한 서비스 고도화 모델이 그대로 진학사 캠퍼스리뷰에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12월 진학사에 표절 문제를 제기하고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진학사는 서비스 중단을 거절했다. 대신 텐덤과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며 광고영업을 지원하는 한편, 기존처럼 서비스 제휴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진학사 캠퍼스리뷰와 텐덤 애드캠퍼스를 함께 진학사 홈페이지에 노출하는 조건이었다.

유 대표는 거절했다. 그는 "당장 이 상황을 덮기 위한 제안이라고 생각했다"며 "얼마의 영업을 내주겠다는 건지도 불확실한 조건이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진학사 "후기 서비스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 베꼈다는 근거 없다"

진학사는 자사 서비스가 텐덤 애드캠퍼스를 베꼈다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후기노출 시스템 자체는 유사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대학과 학과의 수험생이 알고 싶은 정보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어서다. 또한 대학후기 서비스 자체는 특허권 등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진학사 관계자는 "정황 상 오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구성 자체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베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험자가 리뷰로 알고 싶은 정보는 유사할 수 밖에 없고 서비스 자체에 완전히 차이를 두긴 어렵다"고 밝혔다.

진학사 측은 또 대학캠퍼스 서비스에 텐덤에서 제공받은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데이터를 일부 제공받은 것은 맞지만 현재는 자체 수집한 데이터로 운영한다는 주장이다. 진학사가 별도 서비스를 만들어 자체 데이터를 수집한 것도 텐덤이 제공하는 데이터가 서비스 개선을 위해 활용하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국 400개 대학의 모든 학과정보를 충분히 보여주기에는 데이터가 적었다"며 "(텐덤 측) 개선방안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후기 데이터를 모아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진학사 측은 다만 데이터 제공 MOU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후기 서비스를 별도로 출시해 운영하겠다는 걸 텐덤에 알리지 않은 것은 오해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관계자는 "제휴관계가 마무리될 때 형식적인 것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우리 회원을 만족시키기엔 (텐덤 측 데이터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시 당시 동의를 구하고 매끄럽게 마무리 됐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학사는 텐덤이 투자 유치에 실패하자 뒤늦게 공론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유치 불발 직후 소셜미디어 등에 유 대표가 관련 사안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진학사는 22일 텐덤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진학사 홈페이지에 애드캠퍼스를 노출하거나 광고영업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함께 협력하던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놓은 방안이다"라며 "투자 제안이 거절당하니까 감정적으로 공론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진학사는 텐덤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