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워크래프트…카드게임 무대로 맞붙는 두 회사의 간판 IP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한 게임이다. 두 회사는 유명 게임의 지식재산권(IP) 기반 디지털 카드게임을 내놓고 경쟁한다. 대표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인 만큼 양사간 자존심 대결로 이어진다.

디지털 카드게임은 실물 카드가 아니라 게임 내에 구현한 디지털 카드를 모아 다른 사람과 겨루는 게임 장르다. 이 장르의 ‘챔피언’은 하스스톤이다. 매출이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시청자 수 등 지표에서 경쟁작에 월등히 앞선다.

. / 게임 화면 갈무리, 블리자드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 / 게임 화면 갈무리, 블리자드 제공, 편집=오시영 기자
하스스톤의 전성기는 2016년이었다. 당시 이 게임의 매출액은 3억9460만달러(4805억원)다. 이는 1억10만달러(1165원)의 매출을 기록한 2위를 ‘섀도우버스’(사이게임즈)와 비교해 4배쯤 많다. 하스스톤의 매출은 2016년 정점을 찍은 후 줄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13일 기준으로 하스스톤의 트위치 시청자 수는 4만명을 넘겼다. 트위치 순위로는 8위다. 카드게임은 물론, 전략게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라이엇게임즈는 5월 1일 신형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선보이며 블리자드가 ‘꽉’ 잡은 디지털 카드게임 시장에 도전한다. 신작은 라이엇세임즈의 대표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사용했다.

라이엇 ‘무작위성 배제·수싸움’, 블리자드 ‘일리단·악마사냥꾼 직업 추가’로 승부수

게임플레이에서 무작위성을 배제했기에 구현할 수 있었던 ‘예언자의 눈’ 기능. / IT조선 DB
게임플레이에서 무작위성을 배제했기에 구현할 수 있었던 ‘예언자의 눈’ 기능. / IT조선 DB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일반적인 카드 게임과 달리 모든 카드의 능력치에서 ‘무작위성’을 배제했다. 이 덕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예언자의 눈’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차례를 마치기 전, 예언자의 눈에 마우스를 올려 전투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선택 결과를 100% 통제할 수 있는 점은 수를 겨루는 전략성을 한층 높이는 요소다.

가장 중요한 게임 도구인 ‘카드’ 입수 과정도 색다르다. 일반적으로 실물·디지털 구분 없이 카드게임은 카드팩을 구입하고 이를 열어 무작위 카드를 획득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게임 진척도에 따라 원하는 지역의 카드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소과금 이용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수싸움’을 강조했다는 점도 다른 게임과 차별화한 요소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카드를 상대와 한장씩 번갈아 내고, 전투를 공격·수비 단계로 구분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그림보다는 치밀하게 수를 겨루는 게임 양상이 나오기 적합한 구조다. 상당수의 주문 카드도 받아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악마사냥꾼 프롤로그 임무 시연 영상. / 오시영 기자


블리자드도 경쟁작 레전드 오브 룬테라 출시를 앞두고 ‘구원 투수’를 불러 응수에 나섰다. 8일 선보인 새 직업 ‘악마사냥꾼’이 그 주인공이다. 하스스톤에 새 직업이 등장한 것은 출시 이후 처음이다. 악마사냥꾼 직업 기본 영웅은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일리단 스톰레이지’다.

일리단은 2002년 출시한 ‘워크래프트3’에서 처음 등장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에서도 확장팩 2개에 걸쳐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맡았을 정도로 상징적인 캐릭터다. 특히 와우에서는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직전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출시 후 불과 9개월만에 공개된 ‘군단’ 확장팩에서 ‘악마사냥꾼’ 직업과 함께 등장해 기존 게임에 실망했던 이용자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기여했다.

블리자드는 일리단이 악마의 힘을 얻게 된 이야기를 담은 프롤로그 임무 4개를 선보여 악마사냥꾼 직업 카드 30장과 영웅 일리단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에 더해 등급전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카드를 획득할 때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중복 카드를 획득하지 않도록 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들쑥날쑥한 성능을 보였던 직업 ‘사제’도 기본 카드를 다수 바꿨다. 기존 이용자는 물론 신규 이용자도 반길만한 변화다.

두 게임 모두 과제 남아…레전드 오브 룬테라 출시 이후 경쟁 구도 관심 ↑

하스스톤에서 체력이 2남은 절망적인 상황, 대표적인 무작위성 카드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내려고 준비하는 이용자의 모습. 요그사론은 한 게임에서 이용자가 사용한 주문 개수만큼 무작위 대상에게 무작위 주문을 난사하는 카드로, 출시 당시에는 운만 좋으면 거의 다 진 게임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갖췄다. / 침착맨 유튜브 갈무리
하스스톤에서 체력이 2남은 절망적인 상황, 대표적인 무작위성 카드 ‘희망의 끝 요그사론’을 내려고 준비하는 이용자의 모습. 요그사론은 한 게임에서 이용자가 사용한 주문 개수만큼 무작위 대상에게 무작위 주문을 난사하는 카드로, 출시 당시에는 운만 좋으면 거의 다 진 게임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갖췄다. / 침착맨 유튜브 갈무리
카드게임 장르에서 행운 요소를 배제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작위성은 게임에 ‘보는 재미’를 부여하는 대표적인 요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작위 효과 카드는 게임에서 고전 중인 게이머가 한방에 역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이머는 물론 해당 게임을 관전하는 사람도 무작위 카드의 효과가 무엇인지 기대하게끔 한다. 카드 팩을 개봉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영상 창작자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효과가 나와도 매 턴 결과가 정해져있다고 하면 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무작위성 자체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무작위성을 배제한 라이엇게임즈는 실력에 기반한 ‘수싸움’을 강조하며, 이렇게 만든 게임은 e스포츠 리그로 재탄생한다. 최고 수준 게이머 간 대결에 행운 요소를 없앰으로써 오로지 실력만으로 겨루는 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 리그 관련 노하우가 많고, 대회를 열 의지도 상당하다. 라이엇게임즈는 출시 1년도 안된 ‘전략적 팀 전투(TFT)’ 게임을 글로벌 e스포츠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블리자드의 하스스톤은 출시된 지 7년이 된 게임이다. 다년간 서비스를 이어온 결과 게이머들이 축적한 카드와 메커니즘의 양이 방대하다. 신규·복귀 게이머가 게임에서 성적을 내기 어려운 셈이다. 블리자드는 새로운 게이머를 위해 경쟁력있는 카드 덱 하나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게임에 꾸준히 접속해 ‘전장’, ‘모험’ 모드만 이용하던 사람은 대상에서 빠졌다. 아쉬움을 담은 뒷맛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악마사냥꾼은 밸런스 문제로 한 차례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일부 카드가 너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출시 직후에는 악마사냥꾼 특정 덱의 승률이 70%를 웃도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블리자드는 이례적으로 확장팩 출시 단 하루 만에 악마사냥꾼 주요 카드 4장의 성능을 동시에 조정하며 불만 진화에 나섰다. 앞으로도 이용자 피드백을 바로 반영할지 주목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