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업계가 성장, 발전하는데 경매회사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세계 예술품 경매회사 가운데 가장 큰 회사로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를 들 수 있다. 이들은 1980년대 미국 뉴욕에서 예술품 경매를 시작했다. 1987년 한 일본인 수집가가 뉴욕 경매에서 아주 높은 가격에 예술품을 낙찰 받았다. 이를 계기로 예술 시장 관계자들은 뉴욕을 주목했다. 세계 예술 시장의 중심이 뉴욕으로 옮겨간 순간이다.
한국에서는? 1998년 최초의 예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이 설립됐다. 주요 사업 부문은 예술 작품 경매와 중계, 판매 사업과 예술품 담보대출 등이다. 오랜 역사에 어울리게, 서울옥션은 한국 예술품 경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위는? K옥션(케이옥션)이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두 기업이 한국 예술품 경매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 예술품 경매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0.7%쯤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예술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은 ‘그 외 나라(etc)’로 취급된다. 사실, 한국은 이처럼 무시받을 나라가 아니다. 2019년 한국 국민총생산(GDP)는 세계 11위~12위 수준이다.
GDP 순위는 높은데, 예술품 경매 시장 규모 순위는 낮다.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크면 사치재(예술품은 일반적으로 사치재다) 거래량도 크다. 한국만 이 법칙에서 벗어난다.
한국보다 GDP가 높은 미국·중국·독일·영국·프랑스는 세계 예술품 경매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다. 심지어 한국보다 GDP가 낮은 스페인 예술 시장 규모마저 한국보다 크다.
그렇기에 한국 예술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시장을 이끄는 서울옥션은 한국 예술산업 성장의 주축이 돼야 한다.
안타깝게도, 서울옥션의 실적 성적은 좋지 않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서울옥션의 자산규모는 1727억원, 매출은 450억원이다. 46억원 영업손실, 87억원 당기순손실이 서울옥션의 영업성과다.
서울옥션과 자산 규모가 비슷한 모나미(필기구 제조 유통사)의 2019년 매출은 1320억원이다. 서울옥션의 3배다. 물론 서울옥션과 모나미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업계의 리더라 불리는 서울옥션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실망이다. 자산은 양사가 비슷한데, 매출의 차이는 크다는 점도 실망이다.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 예술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숫자(width)가 적고 투입되는 자본(depth)이 적은 ‘좁고 얕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한국 예술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 예술 산업 규모를 키우려면 업계 리더인 서울옥션이 더 분발해야 한다. 합리적인 경영과 올바른 리더십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용할 경우, 서울옥션은 한국 예술 산업을 키우는 견인차 역할을 할 역량과 잠재력이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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