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을 부추기는 사행성 상품이라는 의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5일(현지시각) 최근 영국 상원 관련 보고서를 인용, 게임에서 확률형아이템(전리품 상자, Loot Box)을 즉시 재분류해 2005년 제정한 도박법의 소관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11~15세 사이 이용자 중 확률형 아이템으로 문제를 겪는 게이머가 5만5000명에 달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전리품 상자 / 오시영 기자
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전리품 상자 / 오시영 기자
앞서 영국 ‘디지털, 문화, 미디어 및 스포츠 부서(DCMS)’는 지난 6월 온라인게임에서 쓰이는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적 성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 흔히 쓰이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요크 대학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인기있는 게임 중 71%가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했다. 10년 전에는 채택 비율이 4%에 불과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특히 ‘전리품 상자’에 대해 "게임 내 재화나, 실제 돈을 주고 구입하면, 무작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라며 "게임에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옷이나 스킨 등을 보상으로 제공하면서, 다른 이용자에 비해 게임에서 실질적인 우위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임 플레이에 우위를 주는 아이템을 획득하는 일도 흔하다.

일부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획득한 보상을 실제 돈으로 교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마이크로 트랜잭션’이라고 한다. 영국 시장 조사 업체 주니퍼 리서치는 2018년 보고서를 통해 당시 마이크로 트랜잭션이 게임 회사·앱에서 300억달러쯤 매출을 창출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500억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요크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강의하는 데이비드 젠들 박사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이미 도박을 즐기는 사람도 전리품 상자에 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박은 통제되지 않는 과도한 지출을 특징으로 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자는 단순한 연구 결과로 새 법을 정당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앤드류 프지빌스키 옥스퍼드 대학 인터넷 연구소 교수는 "게임에서 유해한 것들이 식별되고 제거되기를 바란다"라며 "도박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확률형 아이템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했을 때, 당장 ‘포트나이트’나 ‘피파’ 같은 게임이 갑자기 성인용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디오게임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