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패션·유통업계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뉴트로 열풍이 게임 업계에도 일고 있다. 90년대 감성의 도트 그래픽을 활용한 게임은 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보였다.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4050세대는 물론 1020세대까지 소비의 주체도 다양하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단순히 옛것을 따라 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레트로’와는 구분된다.

게임 업계 뉴트로 열풍은 초기에는 단순히 과거 PC게임 전성기 시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새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했었다. 반면 최근에는 현대적인 게임 시스템을 갖추면서도 그래픽 면에서 뉴트로를 추구한다. 초기 오락실, PC게임에서 주로 활용했던 도트 그래픽을 최신 모바일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바람의나라 연의 캐릭터(왼쪽), 가디언테일즈 이미지 / 오시영 기자, 카카오게임즈
바람의나라 연의 캐릭터(왼쪽), 가디언테일즈 이미지 / 오시영 기자, 카카오게임즈
넥슨과 카카오게임즈가 15, 16일 나란히 출시한 바람의나라 연가디언테일즈가 대표적이다. 도트 그래픽을 활용한 두 게임은 30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 각각 2위, 7위에 올랐다. 특히 바람의나라 연은 엔씨소프트의 대작 리니지2M을 꺾는데 성공하면서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도트는 컴퓨터 화면을 이루는 작은 픽셀(화소)을 말한다. 과거 저해상도 환경에서는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므로 네모난 점 하나의 비중이 컸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알 법한 1985년작 슈퍼마리오의 그래픽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초창기 도트 그래픽은 픽셀의 색을 일일이 지정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노동력을 소요하는 그래픽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도트 그래픽을 만드는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편의성도 다소 향상됐으나 쉽지 않은 작업인 것은 여전하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높은 그래픽 수준을 요구하는 이용자 수요가 늘어 도트 게임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2D 일러스트 방식, 3D 렌더링 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도트 그래픽 하면 떠오르는 ‘슈퍼 마리오’ / 구글 이미지
도트 그래픽 하면 떠오르는 ‘슈퍼 마리오’ / 구글 이미지
이 탓에 도트 그래픽을 다루는 아티스트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태성 슈퍼캣(바람의나라 연 개발사) 디렉터는 "그래픽을 구성할 때 일일이 도트를 새로 찍어 작업하려니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넥슨이 보유한 소위 말하는 ‘도트 장인’에 더해 젊은 20대 개발자도 도트 그래픽에 열망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모아 개발했다"고 말했다.

도트 그래픽은 최신 그래픽에 비해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특유의 정감있는 분위기를 전하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게임 요구 성능이 낮기 때문에 한국과 달리 상대적으로 모바일 기기 성능이 좋지 않은 해외에 진출할 때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태성 디렉터는 "최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에서는 도트 그래픽으로 구성한 작품이 거의 없고, 뉴트로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떠오르면서 우리 게임이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신기하게 여기던 어린 세대도 도트 그래픽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한 관계자는 "최근 뉴트로 열풍으로 90년대에 유행하던 도트 그래픽에 게이머의 시선이 모이는 것 같다"며 "가디언테일즈는 도트로 구성한 그래픽에 더해 90년대 스타일의 수동 조작법도 적용해 이용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위즈 ‘스컬’에 최근 추가한 캐릭터 3종 / 네오위즈
네오위즈 ‘스컬’에 최근 추가한 캐릭터 3종 / 네오위즈
도트 그래픽은 소규모 개발자가 활용하기도 한다.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하는 PC 패키지게임 2종 스컬(사우스포게임즈)·메탈유닛(젤리스노우스튜디오)은 도트 그래픽을 활용한 액션게임이다.

메탈유닛을 제작한 젤리스노우스튜디오 김태훈 대표는 2월 IT조선과 인터뷰에서 "좋은 그래픽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무리하지 않고 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정이 쉬운 도트 그래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게임은 아트분야를 담당하는 김태훈 대표가 도트 그래픽을 전부 손으로 찍어 제작했다.

네오위즈 한 관계자는 "도트 그래픽은 독특한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고, PC 패키지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층에 어필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트 그래픽이 주는 친숙한 매력에 더해 반드시 게임으로서의 완성도와 재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