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시장에서 요즘 가장 핫한 것은 AMD의 3세대 ‘르누아르’기반 라이젠 4000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다. 7나노 공정을 적용한 데다, 저전력 U시리즈 프로세서에서도 최대 8코어 구성을 지원, 실제 데스크톱 못지않은 처리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큰 만큼, 다양한 PC 제조사들이 르누아르 탑재 노트북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는 상황이다.

에이수스도 그중 하나다. CES 2020에서 르누아르 기반 노트북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던 에이수스도 게이밍 노트북에 이어 울트라북 라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르누아르 탑재 노트북을 연이어 출시 중이다.

에이수스 비보북 플립 14 TM420IA / 최용석 기자
에이수스 비보북 플립 14 TM420IA / 최용석 기자
이번에 소개하는 ‘비보북 14 플립(VivoBook Flip 14) TM420IA’는 에이수스의 라이젠 4000시리즈 탑재 노트북 중 첫 2in1(또는 컨버터블) 제품이다. 자유롭게 들고 다니며 상황에 맞게 업무용은 물론,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용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심플한 디자인에 푸른 빛이 도는 블랙 색상으로 세련된 멋을 냈다. / 최용석 기자
심플한 디자인에 푸른 빛이 도는 블랙 색상으로 세련된 멋을 냈다. / 최용석 기자
이전 에이수스의 인텔 CPU 기반 ‘비보북 14 플립’ 시리즈가 둥글둥글하고 곡선적인 디자인을 채택한 것과 달리, AMD 라이젠 4000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새로운 비보북 14 플립 TM420IA는 군더더기가 없고 단순하며 반듯한 모던 스타일 디자인을 채택했다. 색상은 살짝 푸른 빛이 감도는 ‘비스포크 블랙’ 색상을 채택해 독특한 광택을 제공한다. 외관 소재는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 금속 특유의 차갑고 매끈한 질감도 잘 살렸다.

14인치 화면은 테두리 폭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 최용석 기자
14인치 화면은 테두리 폭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 최용석 기자
화면은 태블릿 형태를 고려한 14인치 크기의 풀HD(1920x1080) IPS 터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13인치급 화면은 너무 작지만, 15인치급 이상 화면은 너무 크고 무겁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딱 맞는 화면 크기다. 화면 테두리(베젤) 폭을 최소화한 ‘나노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몸체 대비 화면 크기 비율이 82%에 이른다. 그만큼 화면이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제공한다.

화면을 180도 회전하면 태블릿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화면을 180도 회전하면 태블릿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필기 및 드로잉을 위한 전용 ‘에이수스 펜’과 본체 고정용 자석 홀더 / 최용석 기자
필기 및 드로잉을 위한 전용 ‘에이수스 펜’과 본체 고정용 자석 홀더 / 최용석 기자
‘플립’이라는 이름에 맞게 이 제품은 화면부를 180도 회전시켜 태블릿 형태로 쓸 수 있다. 태블릿 형태에서 한 손에 들고 다니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지만, 필기나 드로잉 작업을 할 때는 넉넉하고 보기 편한 것이 장점이다. 드로잉 및 필기용 전용 ‘에이수스 펜’은 별도 옵션이다. 본체에 자석으로 부착하는 전용 홀더를 제공해 노트북 본체와 함께 휴대할 수 있다.

비보북 14 플립 TM420IA는 최대 8코어 8스레드 구성인 라이젠 7 4700U 프로세서를 지원한다. 8코어 16스레드를 지원하는 최상위 모델 ‘라이젠 7 4800U’가 아닌 것은 조금 아쉽지만, 물리 8코어라는 구성만으로도 저전력 CPU 기준 충분히 파격적이다. 그만큼 CPU를 많이 쓰는 멀티태스킹 환경이나 전문가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준수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비보북 14 플립 TM420IA에 탑재된 라이젠 7 4700U 프로세서의 작업관리자 화면 / 최용석 기자
비보북 14 플립 TM420IA에 탑재된 라이젠 7 4700U 프로세서의 작업관리자 화면 / 최용석 기자
라이젠 7 4700U 프로세서의 CPU-Z(왼쪽) 및 시네벤치R20의 성능 테스트 결과(전원 연결, ‘자동 팬’ 모드) / 최용석 기자
라이젠 7 4700U 프로세서의 CPU-Z(왼쪽) 및 시네벤치R20의 성능 테스트 결과(전원 연결, ‘자동 팬’ 모드) / 최용석 기자
메모리도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 듀얼채널 16기가바이트(GB) DDR4 3200㎒ 메모리를 지원하며, 내장(온보드) 8GB에 추가 메모리 슬롯으로 8GB를 장착했다. SSD도 PCI 익스프레스 기반 512GB NVMe SSD를 제공하며, 탈착식 슬롯으로 추후 용량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그래픽은 CPU에 통합된 AMD 라데온 베가7 GPU를 제공한다. 경쟁사 CPU의 내장 그래픽보다는 나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역시 본격적인 게임을 즐기기는 부족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그래픽 요구사양이 높지 않은 게임은 그럭저럭 돌아가는 수준이고, ‘오버워치’도 그래픽 옵션을 낮추면 실행은 가능하다. 그래도 본격적인 게임 용도로 쓸 노트북이라면 이 제품보다는 다른 제품을 찾는 게 낫다.

CPU에 통합된 AMD 라데온 베가7 GPU의 세부 구성 / 최용석 기자
CPU에 통합된 AMD 라데온 베가7 GPU의 세부 구성 / 최용석 기자
AMD 라이젠 특유의 영상 보간(영상의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추가 프레임을 생성해 더욱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재생하는 기법) 기능인 ‘플루이드 모션’을 지원하기 때문에 각종 영상 콘텐츠를 최대 60프레임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화질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나름 장점이다.

키보드는 14인치 노트북의 넉넉한 몸체를 활용한 풀사이즈 키보드를 채택했다. 우측 숫자 패드가 없어 일부 문서작업에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개발자들이 많이 쓰는 문서 편집 및 이동키(홈, 엔드, 페이지업, 페이지다운 등)를 오른쪽에 별도의 키로 제공한다. 키감은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 충분한 깊이(스트로크)와 부드러운 탄성을 제공한다.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컬러블록 엔터키’(왼쪽)와 제품 패키지에 기본 포함된 각종 꾸미기 스티커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시각적으로 돋보이는 ‘컬러블록 엔터키’(왼쪽)와 제품 패키지에 기본 포함된 각종 꾸미기 스티커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유독 형광색 테두리를 두른 ‘컬러블록 엔터키’가 돋보이는데, 딱히 특별한 기능은 없다. 시각적인 포인트를 둠으로써 사용자에게 돋보이게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거침없이 엔터키를 눌러 끼를 발휘하라’라는, 개성을 중시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밝히는 것을 좋아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고려한 디자인 요소다.

실제 제품 패키지에는 노트북 여기저기에 붙여 사용자의 개성을 더욱 강조할 수 있는 꾸밈 용 스티커가 동봉되어 있다. ‘컬러블록 엔터키’에 붙이는 스티커는 물론, 전문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끼가 팍팍 넘치는 오리지널 스티커로 자신의 비보북 14 플립 TM420IA를 차별화할 수 있다.

터치패드 오른쪽 상단에 지문 인식 센서를 내장했다. / 최용석 기자
터치패드 오른쪽 상단에 지문 인식 센서를 내장했다. / 최용석 기자
터치패드는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미끄러짐과 클릭감을 제공한다. 테두리를 은색 라인으로 강조했으며, 오른쪽 상단에 윈도 헬로(Windows Hello) 생체 로그인을 지원하는 지문 인식 센서를 갖췄다. 터치패드를 숫자 패드로 바꿀 수 있는 ‘넘버 패드’ 기능을 별도 옵션으로 제공하지만, 한국 출시 모델에서는 빠져있다.

각종 입출력 단자도 풍부하다. 왼쪽 측면에는 큼직한 열 배출구 때문에 USB 2.0 타입A 단자 하나만 제공한다. 하지만 오른쪽에는 전원 단자를 비롯해 풀사이즈 HMDI 포트, 최대 10G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USB 3.2 gen 2가 각각 타입A와 타입C 1개씩 2개를 제공한다. 3.5㎜ 헤드셋 지원 오디오 단자와 마이크로SD 카드, 전원 버튼도 오른쪽 측면에 달려있다. HDMI는 2.0 사양으로, 최대 4K(3840x2160) 해상도에서 60㎐ 출력을 지원한다.

좌우 측면의 다양한 입출력 단자 구성. / 최용석 기자
좌우 측면의 다양한 입출력 단자 구성. / 최용석 기자
360도 회전 가능한 화면의 힌지(경첩)는 일반 노트북 형태로 사용할 때 본체를 살짝 들어 올리는 고유의 ‘에르고리프트(ErgoLift)’ 힌지가 적용됐다. 덕분에 타이핑하기 좋은 각도 확보와 더불어, 노트북의 냉각 효과를 개선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게 에이수스 측의 설명이다.

대여받은 샘플로 며칠 사용해 본 에이수스 비보북 14 플립 TM420IA는 충분히 다용도 노트북으로 활용할 만한 성능과 활용성을 제공했다. 이전 2세대 ‘피카소’ 기반 라이젠 3000시리즈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보다 훨씬 부드럽고 빠릿빠릿한 성능에, 최대 8개의 넉넉한 CPU 코어와 16GB 메모리로 다수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열고 작업해도 큰 성능 저하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간단한 사진 및 영상 편집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1.5㎏을 살짝 넘는 무게와 18㎜ 전후의 두께로 휴대에 크게 부담될 수준은 아니다. / 최용석 기자
1.5㎏을 살짝 넘는 무게와 18㎜ 전후의 두께로 휴대에 크게 부담될 수준은 아니다. / 최용석 기자
닫았을 때의 두께는 약 18㎜ 전후에, 무게도 1.5㎏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42와트시(Wh) 용량의 배터리는 70% 밝기에서 와이파이로 유튜브 영상을 반복 재생하면 4시간쯤 지났을 때 50% 전후가 남을 정도로 괜찮은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 에이수스 자체 테스트(모바일마크 2014) 기준으로는 최대 10.5시간이다.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부하가 걸리면 발생하는 냉각팬 소음은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성능을 높이는 ‘터보 모드’를 활성화하면 향상된 성능 만큼 발열과 팬 소음도 확실히 커진다. 반면, 배터리만 사용할 때는 팬이 작동하는지 모를 정도로 상당히 정숙한 모습을 보인다.

보증정보 확인과 각종 노트북 설정, 업데이트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마이에이수스(MyASUS) 소프트웨어의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보증정보 확인과 각종 노트북 설정, 업데이트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마이에이수스(MyASUS) 소프트웨어의 실행 모습 / 최용석 기자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최신 노트북임에도 불구하고 와이파이6(11ax)가 아닌, 와이파이5(11ac)를 기본으로 탑재한 것이다. 최근 와이파이6 유무선 공유기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고, 점차 확산 추세에 있음에도 한 세대 전 기술인 와이파이5만 지원하는 것은 꽤 아쉽다. 다만, 와이파이 모듈은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중에 사용자가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최신 노트북의 트렌드인 타입C 단자를 이용한 USB PD(Power Delivery)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충전기로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USB PD 충전 기술은 노트북용 어댑터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만듦으로써 이동 시 불필요한 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데, 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이동성’을 강조한 2in1 노트북으로서 아쉽다. 다행히 전용 어댑터가 일반 스마트폰 충전기 수준으로 작고 가벼워 이동 시 부담이 적다.

필기 및 드로잉이 가능한 느루아르 2in1을 찾는다면 비보북 14 플립 TM420IA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필기 및 드로잉이 가능한 느루아르 2in1을 찾는다면 비보북 14 플립 TM420IA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에이수스의 첫 르누아르 탑재 2in1 노트북임을 고려하면 구성이나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다. 이동과 편한 사용을 모두 고려한 14인치 크기에, 필기 및 드로잉이 가능한 최신 르누아르 탑재 2in1 또는 컨버터블 노트북을 찾는 이들이라면 에이수스 비보북 14 플립 TM420IA는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제품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