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도 선전포고 하는데" PC방 영업금지 정부 불통에 업계 부글부글

입력 2020.08.20 13:54

서울시는 19일부터 해제 시점까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후속 강화조치에 따라 위험시설 12종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에서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집단운동 시설, 300인 이상 대형학원, 뷔페, PC방 등 고위험시설의 운영이 중단됐다.

PC방 운영이 갑자기 중단되자, PC방 운영주 사이에서 ‘생계에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는 보상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음식점, 카페, 교회, 목욕탕 등 코로나19가 퍼질 수 있는 다른 공간을 제치고 PC방만 고위험군에 선정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갑자기 운영 중단을 통보한 정부의 소통 불통, 운영 가능 시간이 바뀌는 ‘오락가락 행정’도 지적했다.

한 PC방 입구에 집합금지 안내문과 지자체 공문이 붙어있는 모습(왼쪽), 다른 PC방 입구에 PC방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은 모습 / PC방 업주 제보, 온라인 커뮤니티
PC방 업주 ‘PC방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근거가 빈약하다’고 울분
업계 특성상 1인 칸막이, 강력한 외부 환기 시설도 갖춰
15일 정세균 총리 담화문서 밝힌 정부 입장은 ‘학생 보호 조치’

정부가 PC방 영업중단 명령을 발표한 뒤, PC방 업주 40명쯤이 모인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울분 섞인 성토가 이어졌다.

채팅에 참여한 PC방 업주들은 ‘PC방이 다른 시설을 제치고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것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PC방 업주도 당연히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PC방을 고위험군에 지정하고 갑자기 영업을 중단시키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인 칸막이, 강력한 환기시설, 개인 계정 사용 등을 근거로 PC방이 카페나 음식점 등보다 오히려 안전하다는 주장을 폈다.

김병수 한국PC문화협회장은 IT조선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고위험군으로 PC방을 지정한 이유를 정확한 근거와 함께 안내하지 않았다. 사전에 업계와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며 "다른 확진자가 PC방을 방문한 경우를 제외하면 PC방에서 대량 확진자나 전염이 발생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갑자기 정부가 영업 중단을 명령하자 업주들이 납득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C방 대책을 논의하는 채팅방 개설자이자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PC방은 1인 칸막이와 강력한 외부 환기시설을 마련했다. 식사를 할 때도 PC방 좌석마다 따로 한다. 반면 카페, 음식점은 사람들이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데다가 환기 시설도 없다"며 "PC방 흡연실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는데, 흡연실은 카페에도 마련해둔 시설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경제정책과는 "정세균 총리의 15일 담화문을 보면 PC방은 학생(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로, 보호와 방역 확산 방지를 위해 고위험시설로 분류했다는 입장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시설별 위험도 평가지표를 마련해 위험도를 평가한다.

PC방 업계에서 제작한 영업 중지 안내문, 이용자에게 청와대 청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PC방 업계
QR코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 대책 지켰는데…돌연 영업 중단 명령
김병수 한국PC문화협회장 "전쟁도 선전포고는 하는데 이번 사태에는 안내 없어"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앞서 방역을 위한 PC방 운영 지침을 내렸다. 이용자 간 최소 1m 거리두기(좌석 띄어앉기), 사업주·종사자·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 QR코드로 전자출입명부 작성, 이용자가 사용한 좌석·물품·업장 소독, 체온 재기 등이다.

여러 PC방 업주는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대책을 모두 지키려고 꾸준히 노력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영업 중단이다’라며 한탄했다.

김병수 회장은 "지자체에서 예산 상황에 따라 손소독제 등을 일부 지원한 사실은 있으나 중앙부처에서 우리를 도와준 적은 없다"며 "협회 소속 업주 대부분이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공무원이 많이 드나들며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PC방을 운영하는 B씨는 "자비로 비대면체온계, 손소독제를 사서 비치하고, 마스크를 사서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며 "지원받은 것은 500㎖ 손소독제 1개가 전부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C씨는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공무원이 제집 드나들듯 방역수칙을 체크하기만 하다가 결국 돌아온 것은 영업중단 문자 통보였다"라고 말했다.

여러 업주는 정부의 소통 방식과 대응책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15일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한 데 이어 18일 국무총리 담화를 통해 고위험시설 영업 중단 사실을 알렸다. PC방 업주는 단 3일에 걸쳐, 갑자기 영업 정지를 통보받은 셈이다. 협회나 조합에도 사전 안내가 없었던 탓에 혼란이 가중됐다.

김병수 회장은 "전쟁을 할 때도 선전포고를 하는데, 이번 영업중단 사태에서는 정부의 사전 안내나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심지어 영업 중지를 시작한 19일에는 돌연 18시까지 영업을 해도 된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다수 PC방 업주가 오락가락하는 안내에 불만을 표했다. 다만 서울시 안내에 따르면 이는 업주를 보호하고자 이뤄진 조치다. 담화문에는 영업 중단 조치 세부 사항이 드러나지 않아 업주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우선 0시로 안내하고 이후 공문에 따라 오후 6시로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PC방이 고위험시설에 지정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청와대 청원 /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보상책 안내 전무…생계 걱정에 발 동동 구르는 PC방 업주
청와대 청원 등장하기도

보상책 안내는 여전히 없다. 서울시 경제정책과는 "현재로서는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이 없는 상태다. 이 상황에서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보상을 논의하는 것은 형평성 등 측면에서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이후 집합 금지 명령의 파급 효과 등 현안을 파악하고 추후 보상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D씨는 "국가와 국민 안전을 위해서 영업 중단을 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생계가 달린 일인데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갑자기 무작정 영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업주와 그 가족, 직원들 모두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청소년을 제외하고 성인에게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거나, 영업 중단 시간을 변경하는 등 최소한의 영업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업 중단 기간 월세, 전용선비 등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17일에는 PC방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한 정부 결정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20일 기준으로 이 청원에는 1만3000명쯤이 동의했다. B씨는 "업주가 총 1만명쯤에 불과한 소외 업종이라 청원도 쉽지 않다"며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고 서럽다"고 말했다.

PC방이 게임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전국 PC방 수는 1만1801개다. PC방 업계 종사자 수는 4만6853명으로, 전체 게임 업계 종사자의 54.8%를 차지한다. 한국 연간 PC방 시장 규모는 1조8283억원으로, 전체 게임 시장 규모의 12.8%쯤을 차지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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