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악전고투, 제대로 된 '미술품 가격지수' 연구자를 응원하며

  • 홍기훈 홍익대 교수, 박지혜 아트파이낸스그룹 대표
    입력 2020.08.26 09:49 | 수정 2020.08.26 09:50

    ’지수(Index)’는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한 현상이나 사물을 측정, 판단 근거로 사용하도록 만든 ‘계량화된 통계’다. 시장 형성 및 발전에 있어 지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시장 전문가조차 시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 때 지수로 시장을 분석하면 일관된 기준을 통해 시장 전반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주식을 거래하는 이들이 매일 코스피 종합지수, 코스닥 종합지수 등의 주가지수를 매일 확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식, 부동산 등 시장에는 여러 지수가 있다. 주가지수로는 코스피, 코스닥, 다우지수, S&P 500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지수로는 KB부동산 시세를 들 수 있다. 이들 지수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기준 시점’과 지수를 산출하는 ‘식’이 필요하다.

    코스피지수는 1980년 1월 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통주 전체 종목 시가총액을 100으로 기준 삼고, 현재 상장된 보통주 전체 종목의 시가총액과 비교해 몇배가 되는지 환산한다. 만약 2020년 8월 26일 장중 코스피지수가 2300포인트 수준이라면, 이는 기준 시점인 1980년 1월 4일에 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식 전체 시세가 23배쯤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 시장에서도 ‘미술품 지수(Art Index)’를 산출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세계 많은 기관들은 미술품 경매 거래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헤도닉 모형, 반복매매모형 등을 활용해 지수를 산정했다.

    하지만, 미술품 가격 지수 산출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삼성전자 보통주는 가격과 성격이 모두 같다. 반면, 예술품은 작품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질성이 매우 높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면 미술시장은 비탄력적 공급, 낮은 거래빈도 등 특징이 뚜렷하다. 미술 시장 특성을 감안할 때 지수 도출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몇년 전 한국에서도 굵직한 미술 관련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이 미술품 가격 지수를 산정했다. 일부 기관은 가격 지수의 기본적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해 시장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시도와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 미술 산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증명이 된 덕분이다. 직감이나 경험에 의존해 미술품을 거래하고, 전문가 조언만 들은채 미술품을 사고팔던 이전과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미술품 가격 지수를 산정하고 이를 공개하는 기관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지수 산정에 참여했던 일부 통계 전문가조차 미술품 가격 지수에 대한 연구를 그만 둔 상태다. 그래서 미술 시장에는 통계에 대한 이해 없이, 잘못된 방법론을 그대로 활용하는 연구가 많다.

    가격 지수와 가격 결정 모형의 차이를 모른 채 혼용하거나, 헤도닉 모형으로 지수를 산출하여 가격 결정 모형이라고 하고, 가격 결정 모형이 개별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것으로 아는 연구들이 예시다. 심지어 회귀 분석을 하고 이를 가격 결정 모형이라 발표한 연구들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는 미술 시장에 혼란기를 가져왔다. 이 변화 속에서 미술품 가격 지수의 필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술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미술 시장에는 ‘가격지수 산정이 매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고 미술품 가격 지수를 제대로 산출하려는 연구자들이 있다. 이들의 노력이 빛을 봐, 한국에 제대로 된 미술품 가격지수를 내놓기를 희망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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