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 온라인4, 서든어택 등 ‘PC 온라인게임’을 떠올린다. 실제로 PC방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패키지게임은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나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등 일부에 불과하다.

이용자가 PC 패키지게임을 PC방에서 즐기려면, 게임을 사서 직접 설치해야 한다. 컴퓨터가 꺼지거나 자리를 옮기면 애써 내려받은 게임이 모두 사라지는 등 불편했다.

2020년 안에 상황이 달라진다. 플레이위드의 스팀PC카페(PC방), 루니미디어의 루니파크 등 ‘PC방 전용 PC 패키지게임 플랫폼’ 2종이 오픈을 앞둔 덕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전국 PC방에 영업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론칭 전부터 악재와 마주친 모양새가 됐다. 플랫폼 론칭 기업은 하반기 론칭 일정은 미루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플레이위드, 스팀 로고(왼쪽), 루니미디어 로고 / 각 사 제공
플레이위드, 스팀 로고(왼쪽), 루니미디어 로고 / 각 사 제공
PC방서 PC 패키지게임 서비스 어려웠던 이유는?
저작권·심의·시스템 문제가 발목 잡아

패키지게임은 PC방에서 서비스하기 어렵다. ‘게임 구입 비용’이 초기 진입장벽이 된다. 실제로 초기 PC방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 정품 인증 키를 몰래 추출해 가는 손님이 많아 업계가 골머리를 썩기도 했다.

개인용·상업용 ‘라이선스 권한 허용 범위가 다른 탓’에 다툼도 있었다. 카운터스트라이크(카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밸브코퍼레이션이 한국 기업에 자사 1인칭슈팅(FPS)게임 카스의 현지 사업권을 위임한 뒤, PC방에 월 이용료를 청구하려다가 대대적인 반대와 불매운동에 부딪힌 사건이다. 이 때는 밸브가 스팀에 아직 다른 회사 게임을 올리기도 전인 2004년이었다.

당시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이미 게임 패키지를 샀는데 왜 요금을 또 내야 하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스팀은 게임을 전부 개인용 라이선스로 제공한다.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므로 PC방에서 무단으로 서비스할 수 없다. 이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는 카스의 한국 진출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PC방 업계가 드래곤플라이의 온라인게임 스페셜포스를 대안으로 밀면서 이 게임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심의 문제’도 있다. PC방에서 게임을 유통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를 보면, 등급 분류를 받지 않거나 등급 취소·거부한 게임물을 유통·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대표적인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는 심의를 받지 않고 유통하는 게임도 많아 이를 그대로 PC방에서 서비스할 수는 없다.

이 외에도 PC방 시스템이 허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설치했을 때 시스템 충돌이 일어나는 등 사소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플레이위드 ‘스팀PC방’, 루니미디어 ‘루니파크’ 연내 출시

이처럼 불모지였던 PC방 PC 패키지게임 서비스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있다. 플레이위드는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PC방에 선보이는 스팀 PC카페를, 루니미디어는 직접 PC 패키지게임 개발사·퍼블리셔와 계약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루니파크를 2020년 안에 선보인다.

밸브가 2018년 7월 처음 공개한 스팀PC카페는 이용자 개인 스팀 계정을 연결해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서비스다. 플레이위드는 2019년 밸브와 스팀PC카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안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PC방 업주가 직접 스팀 구매 기록이 없는 계정으로 스팀과 계약해 종량제·정액제 게임 라이선스를 미리 구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PC방 업주가 A라는 게임 라이선스를 10개 구매했다면, PC방에서 동시에 최대 10명이 게임 A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이다. A를 이미 보유한 개인 계정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이에 포함하지 않는다. 기존 PC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스팀의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팀PC카페 서비스에 참여할 지는 게임사가 결정한다. 게임사는 일반 구매, 월 정액, 무료 등 다양한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 PC방 업주에게 게임을 제공할 수 있다.

플레이위드는 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플레이위드 한 관계자는 "스팀 PC방의 경우 향후 서비스 세부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다"며 "서비스 시점 심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니미디어는 PC게임 유통 플랫폼 루니파크를 2020년 4분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존 PC방에서는 업주나 아르바이트의 스팀 계정을 방문자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PC 패키지게임을 서비스하기도 했는데, 루니파크는 게임 퍼블리셔·개발사와 직접 계약해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했다.

루니파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회원 연령을 체크해서 셧다운제를 적용하거나 과몰입 방지 메시지를 출력하는 등 게임 관련 법규를 준수한다. 자체 개발한 루니서버를 사용해 현재 PC방 환경과 충돌을 해결했고, 클라우드 자동 저장 기능을 더해 루니파크 PC방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든 플레이하던 게임을 이어서 즐길 수 있다.

이 플랫폼은 출시 시점 시드마이어의 문명6, 엑스컴 2, 마피아 III, 뿌요뿌요 e스포츠, 데드셀 등 24개 게임을 공급한다. 상용화 이후에 게임을 꾸준히 더 추가할 계획이다.

박보성 루니미디어 대표는 "루니파크 서비스는 양질의 게임을 PC방 시장에 공급해서 PC방 게임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이용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꾸준히 유명 게임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 중소·인디게임사와도 협업해 새 기회를 제공할 에정이다"라고 말했다.

요구 사양 높은 편인 ‘PC 패키지게임’…고사양 PC방 각광받을 듯
게임을 사기 전에 테스트하는 용도로도 활용 가능

업계에서는 PC방에서 PC 패키지게임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된다면, 온라인게임 중심인 한국 PC게임 시장에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외국 게임이 한국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늘어 외국 게임사가 한국 시장에 더 주의를 쏟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용자는 대체로 새 서비스 출시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게임 이용자는 "게임을 구입하지 않아도 미리 즐겨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며 "게임을 구매하기 전에 PC방에 가서 미리 체험해보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PC방에서 PC 패키지게임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드물어 게임을 할 때 어려움을 겪은 적도 많았는데, 새 서비스가 나오면 게임을 즐기기 다소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PC 패키지게임은 PC 온라인게임보다 훨씬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고성능 기기를 갖춘 PC방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업주 입장에서 패키지게임을 위해 새 기기를 갖추려고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