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피해자 주목한 겜브릿지 신작 ‘웬즈데이’
게임성 부족하다 VS 의미 있는 시도…이용자 ‘갑론을박’

인디게임기업 겜브릿지가 1일 스팀에 출시한 신작 ‘웬즈데이’를 두고 이용자간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치열하다. ‘국비 지원을 포함, 적지 않은 개발비를 들였음에도 게임성이 실망스럽다’는 의견과 ‘단지 놀이에 그치지 않고 좋은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잊어서는 안될 역사를 다룬 것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웬즈데이는 한국의 역사적 아픔 중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 성착취’ 문제를 다룬 소셜 임팩트 게임이다. 게임 제목은 피해자들이 28년간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수요 집회, 1991년 8월 14일 수요일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처음 알린 날에서 따 왔다.

겜브릿지가 1일 출시한 웬즈데이 이미지 / 겜브릿지
겜브릿지가 1일 출시한 웬즈데이 이미지 / 겜브릿지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 ‘순이’가 과거로 돌아가, 그날의 사건이 있기 전 친구를 구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겜브릿지는 게임 출시 전 개발비를 확보하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목표 금액 3000만원의 세배가 넘는 9500만원쯤이 모였다. 한국 역사의 아픔을 다룬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에 이용자간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출시 첫날 게임 커뮤니티와 스팀 평점 페이지에 게임에 대한 혹평이 다수 게시됐다.

특히 ‘게임성’을 지적하는 이가 많았다. 스토리 진행 중 등장하는 퍼즐은 흥미로우나, 그 수가 매우 적다. 일제 순사의 눈을 피하는 잠입 액션은 지루한 면이 있어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는 장치처럼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1943년 카이로 회담을 담은 장면에서 중국을 나타내는 국기로 오성홍기를 소개하는 등 고증 지적도 나왔다. 카이로회담에는 당시 중국 국민당 소속 장제스가 참여했기 때문에 오성홍기가 나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게임 그래픽도 2020년 게임답지 않게 열악하다는 평이 나왔다. 이용자는 특히 게임 개발비가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인디게임 중에서도 비교적 많은 예산을 들였고 모션캡처 기술까지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게임 그래픽 품질이나 최적화(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아쉽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한 스팀 이용자는 "해외 게이머와 10·20세대에게 비극적인 역사를 알리기 위해 게임 콘텐츠를 매개로 삼았다는 제작 배경을 읽었다.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나, 훌륭한 결과물은 아닌 것 같다"며 "스토리의 문학적 요소나, 스토리를 전달하는 연출 방식, 게임 플레이 면에서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임도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날 수 없다"며 "게임성에 더 신경을 써서 잘 만들어야 그 안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데, 웬즈데이는 메시지 전달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던 것 같다"고 평했다.

한 게임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 소감 중 일부 / 스팀
한 게임 이용자의 게임 플레이 소감 중 일부 / 스팀
게임을 좋게 평가하는 이용자의 목소리도 있었다. 게임성이 기대에 못 미칠 수는 있더라도, 게임 자체와 함께 의미와 메시지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지닌 이용자가 게임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제작비용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품질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우습게 보고 만든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며 "게임보다는 버추얼 노벨이라고 생각하면 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아픈 역사와 일본의 추악한 역사를 잊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다른 이용자는 "오락 위주라기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731부대나 마루타, 1644부대 등 일제의 과거 만행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고, 속 시원한 게임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대결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두 의견 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아도 게임성에 문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인정해줄 수는 없다. 한편으로는 이런 게임이 앞으로도 계속 나와야한다는 측면에서 첫 걸음을 뗐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성과 게임의 의미라는 서로 다른 평가 요소를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엔 어렵다"며 "독수리와 상어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상황으로 보인다. 세상에는 독수리도, 상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사 겜브릿지 "허위 사실 유포에 법적 조치할 예정"

겜브릿지가 게시한 입장문 중 일부. 회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용자에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 페이스북
겜브릿지가 게시한 입장문 중 일부. 회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용자에 엄중하게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 페이스북
한편, 웬즈데이를 개발한 겜브릿지는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게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자에게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의 제작비 규모가 16억원이고, 대부분이 세금이라거나, 수익의 50%를 정의기억연대에 전달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겜브릿지는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회사는 "웬즈데이의 제작비는 총 7억원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기능성 게임 개발사업비, 매출액, 대출, 자부담 등으로 충당했다"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이후 수익 50%를 정의연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투명한 방법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할머니에게 직접 기부하면 회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겜브릿지는 또한 "2019년초 초기 기획안, 시나리오를 윤미향 의원(당시 정의연 이사장), 오성희 인권연대 처장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문료는 받지 않았고 추가 의견을 주는 정도로 진행했다"며 "전문가, 이해관계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정의기역연대로부터 물질적 후원, 대가를 주고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