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막올랐다. 최 회장은 3일 단행한 2021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부회장 및 사장 각각 2명을 승진하고, 주력 계열사 대표를 모두 유임했다. 1974년생 3년차 임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이어가면서도, 각 계열사에 성과로 보여달라는 최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최고경영자(CEO)로 구성한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기존 글로벌성장위원회와 에너지∙화학위원회를 폐지한 대신 거버넌스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했다. 최 회장이 힘을 싣는 ESG 경영을 가속화 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SG 경영은 재무 성과 외에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활동이다. 최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경영 철학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SK그룹은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협의했다고 밝혔다. 임원인사 규모는 총 107명에 달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겸한다.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의 AI 빅테크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중간 지주사 전환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된다.

유정준 SK E&S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회장은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이끈다.

SK는 기존 최재원, 최창원 등 총수일가 2명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더해 그룹 내 부회장을 5명으로 늘렸다.

SK E&S는 또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74년생인 추 신임 사장은 소재 및 에너지 사업 확장에 기여한 공로로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 공동대표를 맡는다. 추 사장은 임원에 선임된 지 만 3년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연공과 무관하게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SK의 인사 철학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2019년 임원관리제도 혁신을 통해 상무, 전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며 임원관리제도를 혁신한 바 있다.

2017년부터 SK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끈 염용섭 소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염 사장은 ESG 등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3연임한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3연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의장은 2017년 의장으로 선출된 후 2019년 연임에 이어 2021년 초 세 번째 임기(2년)를 시작한다. 사회적가치에서 ESG로 경영철학의 지평을 넓히는 최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선임됐다.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는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 관련 아젠다를 다룬다. 바이오소위원회,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를 관련 위원회 산하에 운영한다. 이같은 변화를 통해 환경, 지배구조 등 ESG 문제를 선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바이오, AI, DT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10월 23일 열린 2020 CEO 세미나에서 각 CEO에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SK 계열사 CEO들은 2021년을 각사가 제시한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는 원년으로 삼는다.

SK 관계자는 "각 회사가 ESG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SK그룹은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의 세계적인 모범이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