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보호 명목으로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이 주말에 문을 닫은 지 오래됐지만, 최근 온라인 쇼핑몰 배송에도 제한을 가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르면 2월 임시국회를 통해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집권 여당의 고강도 규제 압박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에서도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평일 대비 4~5배 매출이 많은 주말 장사를 포기하면 월 매출의 3분의 1이 날아간다. 개정안 내용 중 전통시장 20㎞ 이내인 기존 1㎞ 대비 400배 확대된 제한 면적에는 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출점이 금지된다.

유통업계에 종사한다는 한 더불어민주당 당원은 당 홈페이지 정책제안게시판에 "e커머스 규제는 시대 퇴행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커머스 고객들이 불편한 전통시장을 찾을 거라고 보는가. e커머스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유통·물류·금융·IT가 연계되고 고도화된 ‘미래 먹거리’다. 미래 산업을 망치지 말아달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국회에서의 유통업 규제가 산업 발전을 퇴행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복합쇼핑몰 입점 매장 70%가 소상공인 혹은 자영업자란 점에서 개정 법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를 넘어 소비자들까지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에 적용했던 품목 규제와 영업시간 제한을 e커머스 업계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부 품목은 구매 자체가 불가능하고, 영업시간 이외 시간에는 제품 주문도 금지된다. 집밥족들의 아침 밥상을 책임지던 새벽배송은 중단 위기다.

신선식품 빠른배송 경쟁을 벌이고 있는 쿠팡·SSG·컬리 등의 업체를 필두로 국내 대부분 오픈마켓은 직격탄을 맞는다.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체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집밖으로 나가 물건도 제대로 사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지금과 같은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토막난 오프라인 매출을 온라인 비대면 솔루션을 통해 보전한 소상공인도 고스란히 개정법안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온라인몰을 통해 식품을 납품하는 사람들 또한 소상공인인데, 이번 법안은 현실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e커머스와 전통시장의 기본 고객층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e커머스를 산업계를 규제하더라도 이들이 전통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세수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통시장의 경우 현금영수증 누락이 잦지만, 대형마트와 e커머스는 거래액이 국세청에 매달 정확하게 신고된다는 것이다.

국회는 시대에 역행하는 유통법 개정을 통해 업계를 옥죄어서는 안된다. e커머스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를 기반으로 물류·핀테크·ICT 기술 등이 융합 발전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규제의 칼날을 e커머스에 대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산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 소비자 수요까지 묵살해가며 만든 전통시장 지원책은 유통업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환영 받을 수 없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