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계가 예술품 물납제도, 그리고 예술품 가치 분석을 주목한다. 이 가운데 예술품 가치 분석은 매년 한국내외 예술계에서 큰 화제를 몰고 오는 사안이다. 꾸준히 논의되지만, 방법론을 내기는 힘든 주제이기도 하다.
예술품의 가치를 어떻게 분석할까? 재료, 크기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예술품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예술계는 대개 여기에 다섯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미술사·미학적 위치다. 과거나 지금, 그 작품이 미술사적, 미학적으로 어느정도 가치를 가졌는지에 따라 예술품 전체의 가치가 달라진다. 둘째, 예술품의 보존 상태다. 일반적으로 예술품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높아지지만, 오염되거나 파손되면 가치는 낮아질 수 있다.
셋째. 작품의 진위여부다. 위작으로 판명되면 그 작품의 가치는 0원이 된다. 위작이라고 의심 받는 작품도 가치는 떨어진다. 넷째. 작품의 전시 여부다. 박지혜 아트파이낸스그룹 대표가 2019년, 5만4000여건의 예술품 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계 유명 미술관의 전시된 예술품은 가치가 올랐다. 마지막 다섯째는 작품의 인기도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이전 소장자의 유명세, 추천인의 유명세, 해당 작품과 관련된 이슈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해외 예술계도 예술품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Valuemystuff 와 ArtTactic 에서 발행한 Valuations & Appraisals Market Report(2018)는 예술품 가치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기록(Literature) ▲전시 여부(Exhibition History) ▲프로비넌스(Provenance) ▲보존상태(Condition) ▲작가의 서명(Marks)으로 들었다.
아직 세계 공통으로 사용 가능한 예술품 가치 분석 방법론을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예술품 가치 분석 방법론에 관심을 갖는 관계자들이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해외에서는 예술 전문가뿐 아니라 수집가까지도 예술품 가치 분석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 Deloitte와 ArtTactic이 발행한 Art & Finance Report(2019)에 따르면, 해외 예술 전문가 상당수가 예술품 가치 분석을 주요 업무로 꼽았다. 예술품 및 부동산 투자 계획, 예술품 수집 관리 등의 항목을 제친 것이다. 수집가도 약 73%가 예술품 가치 분석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한국에서도 예술품 가치 분석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속속 생겨난다. 예술품 물납제도와 보험 산정, 예술품 담보대출 등 우리 예술계가 다루는 여러 사안에서도 예술품 가치 분석은 빠지지 않고 논의된다.
모처럼 불 붙은 논의가 탁상공론에 그치면 안된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치밀한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예술품 가치 분석 방법론’이 한국에서 고안되기를 희망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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