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준비생 A씨는 최근 부모님 권유로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부모님 통장과 연결된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려다 난감한 답변을 들었다. 신용카드로는 납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땅한 소득이 없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자동이체 납부를 신청했다.

# 30대 직장인 B씨는 생명보험료 납부 방법을 변경하려다 놀랐다. 카드 이용실적을 높이기 위해 신용카드 납부을 선택하려 했으나 신용카드 납부를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료를 매번 카드로 납부했던터라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는 10년째 이어지는 해묵은 논쟁이다. 지난해 국회가 카드납부 법안을 발의할 만큼 고객의 요구는 꾸준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3대 대형 생명보험사 중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고객 신용카드 납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신용카드 납입이 가능한 삼성생명의 경우도 일부 상품에 한해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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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3개 생명보험사 중 18개의 전체 수입보험료 내 카드결제 평균비중은 4.5%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3대 대형 생명보험사 중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두 곳은 신용카드 납입이 불가능하다. 삼성생명의 경우는 일부 상품에 한해 삼성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보험 가입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업계는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하는 생명보험 상품 취지를 이유로 카드납입은 맞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고객의 카드대금 미납시 계약 해지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업계가 카드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신용카드 납부는 1개월치 납입액을 대출 받아 납부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일종의 저축성 상품이라 예·적금이라 할 수 있다"며 "카드로 결제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소비자 편익을 위해 카드납부를 장려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카드 납부 거절의 실질적인 이유는 수익률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운용자산이익률은 계속 줄고 있는데, 카드 수수료는 여전히 2%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 쯤으로 알려졌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높을수록 보험사에 유리하다.

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대체적인 카드 수수료는 2.2%~2.5%다"라며 "저금리·저출산 등 업계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생명보험사들이 신용카드 납입을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제공 가능한 최대 할인 폭은 1% 정도다"라며 "1% 할인에 더해 신용카드 수수료로 2~4%를 납부하면 결국 고객에게 부담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매월 카드납을 허용할 경우 카드사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사업비가 추가로 발생해 보험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당국과 카드사 간 수수료 인하 논의가 답보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회가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오히려 지난해(4.7%)와 비교했을 때 올해 카드결제 평균비중은 0.2% 감소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며 "카드결제가 안돼 설계사한테 매달 직접 전화해야 하는 등 불편한 것이 너무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