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작의 신약이야기] 관료중심 임상시험 vs 환자중심 분산형 임상시험

  • 이영작 LSK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입력 2021.07.30 14:31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임상시험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대학들은 문을 닫았고, 병원들은 코로나19와 싸움에 힘을 쏟아야 했다. 반복적 대면진료가 요구되는 많은 임상연구가 지연되거나 취소되어야 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임상시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스(NYT) 기사의 머리말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이래로 총 3차례 중단된 경험이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유행으로 임상시험이 한번 멈췄다. 작년 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에도 3개월간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이번 여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대학병원들이 모니터링 룸을 폐쇄했다.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된다 해도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사태는 또 올 것이다. 불행하게도 정부는 임상시험 중단 사태에 어떤 대책도 없는 것 같다.

    임상시험이 갑자기 중단되면 무슨 일이 발생하나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의 급작스러운 중단은 금기시된다. 임상시험은 환자에게 신약을 일정에 따라 투여한 뒤, 안전성을 관찰하고 유효성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과학적 시험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이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환자의 투약 일정, 안전성 관찰, 유효성 자료 수집 등에 차질이 생긴다. 투여 중이던 의약품이 갑자기 중단되는 경우 내성 또는 금단현상 등으로 질환이 악화되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금년 여름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로 임상시험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진행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는 것은 임상시험의 기본원칙(KGCP)이다.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임상시험 담당자는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사태에 당면할 경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임상시험 중단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의약품을 환자에게 배송하고, 비디오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한다. 환자 건강상태를 자가에서 모니터링 해 보고하도록 했다.

    일례로 전이성 유방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78세 여성은 혈액검사를 위해 4주 간격으로 매번 6시간 왕복운전을 해야 했다. 집에서 200km쯤 떨어진 듀크(Duke)의대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방문이 어려워지자 그녀는 듀크(Duke)의대의 조치로 자택 근처 임상 랩(lab)에서 채혈을 했다. 임상시험 담당자는 혈액검사 결과를 비대면 영상(video) 회의로 논의했다. 지금도 듀크(Duke) 의대에 정기 검진을 위해 방문하지만 혈액검사를 위해 4주마다 갈 일은 없어졌다. 임상시험 참여가 편해졌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임상 중단 대비한 해외…한국은?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가격리, 병원폐쇄, 여행제한, IP(임상시험용 의약품) 공급제약 등 문제가 발생해 임상시험이 중단될 수는 있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담당자와 참여자 등이 감염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는 조치로 미국 FDA는 작년 3월 임상시험 관리기준(Good Clinical Practice, GCP)을 지키면서 임상시험의 완결성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임상시험 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guidance)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업그레이드된 지침(guidance)를 냈다. NYT에 소개된 내용과 비슷한 조치다.

    전통적인 병원/담당의사 중심의 임상시험에서 참여 환자는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임상시험 의뢰자(sponsor)는 임상시험이 법과 규정, 시험기준, 프로토콜(protocol), 표준작업 지침서(SOP) 등에 따라서 진행되는가를 모니터링 하는 책임을 진다. 코로나19 전에는 임상시험 모니터요원(CRA)이 현장에서(on-site) 모니터링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더불어 병원이 자주 폐쇄되면서 원격(remote) 모니터링이 보편화되고 있다.

    규제가 임상환자를 사지로 내몬다

    우리나라는 4차 코로나19 대유행과 더불어 주요 대학병원들이 CRA들의 모니터링 방문을 무기한 금지시켜 놓았다. 규제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규제를 완화했다. 전통적인 병원/담당의사 중심의 임상시험 형태에서 NYT기사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환자 편의를 중시하는 분산형(decentralized) 임상시험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각종 임상시험은 진행되고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은 물론 임상시험 후진국인 중국도, 보수적인 일본도 환자 중심 분산형 임상시험을 채택했다.

    환자중심 분산형 임상시험을 통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성이 증대되며 임상시험의 혜택이 더욱 많은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환자중심 분산형 임상시험 방법이 표준(standard)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 병원/의사 중심 임상시험은 예기치 못하게 중단되어 참여자의 건강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중심 분산형 임상시험보다 비윤리적이고 임상시험의 원칙을 위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중심 분산형 임상시험이 도입되기에는 수구적인 관료들의 저항으로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일반 임상은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19 치료, 예방, 백신 후기 임상시험조차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 건강보다는 규제가 앞선다는 논리를 펴는 관료집단, 집단 이익을 우선시하는 약사/의사 집단은 발전하고 있는 의료기술을 배척하고 있다. 임상시험 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멀지 않은 장래에도 현재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국내에서 진행하던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을 중단했고 국내 제약사들 역시 코로나 19 국내 임상시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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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통계학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통계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IH), 국립신경질환연구소, 국립모자건강연구소 등에서 데이터 통계분석과 임상연구를 담당했다. 1999년 한국으로 귀국해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를 겸임하며 2000년도에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Global PS)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임상CRO협회장을 역임해 국내 CRO산업 발전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세계 3대 권위 인명 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도 등재됐다. 현재 서경대 석좌교수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