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포커스] 미국·유럽·한국 '빅테크 때리기' 어디까지 가나

입력 2021.08.02 06:00

미국·유럽·일본·한국 각국 ‘빅테크 견제안' 심층 분석
미국, GAFA ‘잠재적 경쟁자' 인수하는 킬러 인수에 ‘강력 브레이크'
‘바이든 미국'보다 반걸음 느린 유럽, 빅테크에 "자기 사업만 우대 말라"
일본, 빅테크 논의 미약…플랫폼 갑질 방지 초점
한국, 플랫폼 ‘갑질방지'·‘소비자보호’ 초점…빅테크 본격 견제는 ‘아직'

빅테크 기업의 끊임없는 사업 확장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논의가 국제적으로 활발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플랫폼 기업 독과점에 강력한 제동을 걸 태세다. 경쟁 질서를 해친 플랫폼과 나머지 사업을 ‘분리’하려는 급진적 정책까지 추진하려 한다.

유럽은 빅테크 규제 논의에 미국보다 한발 앞섰지만 지금은 뒤쫓는 입장이 됐다. 유럽은 사업을 확장한 빅테크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도록 각종 ‘사전 규제'를 부여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FTC위원장 / 유튜브 Economic Security Project 화면 갈무리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한목소리로 플랫폼 독과점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9일 경쟁 촉진과 독점적 관행 단속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빅테크를 타깃으로 반독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행정명령은 ‘플랫폼 같은 신사업과 신기술로 인해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면서 법무부 반독점국과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함께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 잠재적 경쟁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무리없이 확장할 수 있었던 미국 빅테크 기업의 ‘킬러 인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미국에서 기업결합 심사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전에는 기업 결합으로 인해 시장 경쟁을 얼마나 저해하는지 보다는, 빅테크의 사업 확장으로 인해 소비자 효용이 증가하고 혁신이 일어나는 면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 인수합병(M&A)을 승인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시장의 ‘경쟁제한' 측면보다 ‘효용성’을 우선적으로 봐왔지만 바이든 행정명령은 이같은 심사 기준을 효용성에서 경쟁제한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라는 요구다"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행정명령은 지난 3월 백악관에 합류한 팀 우 국가경제위원회(NEC) 대통령 특별고문이 주도했다.

미 하원 보고서 "신생기업 인수해 경쟁력 흡수한 GAFA…시장 경쟁 막는다"

이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GAFA)의 인수 전략을 비판적으로 다룬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2020년 10월 보고서 내용에 뿌리를 뒀다. 해당 보고서는 GAFA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 내용을 총망라해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AFA는 대부분 중요한 특허나 재능 있는 엔지니어를 보유한 신생 기업을 빠르게 인수하는 방식(킬러 인수)으로 시장 경쟁을 사전에 차단했다. 그 결과 신생기업이 지녔던 경쟁력은 GAFA의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흡수됐다. 실제 구글 문서나 애플 아이튠즈, 애플 뮤직 등 현재 흔히 이용되는 서비스가 그 사례다.

보고서는 조사 내용을 적시한 후 구조적 분할(structural separation, 이해가 상충되는 사업조직의 법적 분할)과 사업 부문 제한(line of business restrictions)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반독점 정책 툴의 법제화를 심사숙고(consider)하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구조적 분리는 지배적 중개업자(플랫폼 기업)가 플랫폼에 의존하는 업체들과 경쟁하는 것을 금지시키며, 사업 부문 제한은 지배적인 기업이 특정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당시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였으며, 현재 미국 플랫폼 기업 규제 강경 논의를 이끌고 있는 리나 칸 FTC위원장이 자문으로 참여했다. 칸 위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빅테크 독점을 막을 핵심 3인방으로 꼽은 인물 중 가장 전방에 서 있는 인물이다. 바이든 정부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핵심인 셈이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보고서 / 보고서 첫장 갈무리
FTC, 페이스북 ‘왓츠앱 인수 적절했나’ 재검토

해당 보고서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2020년 12월 FTC는 페이스북에 소송을 제기했다. 작은 기업이던 왓츠앱(2014년)과 인스타그램(2012년)을 인수한 페이스북의 행위가 적정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과거 인수 사실에 대해서까지 다시 ‘반독점'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는 급격한 기조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FTC가 2014년 내렸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FTC는 왓츠앱 규모가 페이스북의 인수 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기업 결합을 심사할 때 피취득회사의 규모를 고려해 시장 경쟁 제한성을 판단했던 전형적인 전통적 시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뒤집기'가 기존에는 쉽게 볼 수 없던 ‘강경한 입장 변화'라고 평가한다. 이호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왓츠앱은 페이스북 사업에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사업자라는 평가가 뒤늦게 (시장에서) 나왔다"며 "FTC는 기업 인수 적합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각도가 필요하다고 시각을 전환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회도 빅테크 견제 나서

미국 국회도 본격적으로 ‘빅테크 사업 확장 규제' 추진에 나섰다. 미국 하원이 지난 6월 말 통과시킨 5개 패키지 법안 중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이해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규제한다. 예를 들어 빅테크 플랫폼이 이용사업자들과 경쟁해 플랫폼에서 직접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하거나, 이용사업자들에게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안은 빅테크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심판’인 동시에 ‘선수'로도 뛰면서 지배력을 확장해나가는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봤다.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사업자로 입점업체들의 판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아마존은 해당 플랫폼에서 '아마존 베이직스'라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팔고 있다. 아마존은 판매 실적을 잘 낼 수 있는 상품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이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아마존 베이직스라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파는 공간과 다른 업체들의 물건을 파는 공간을 쪼개야 한다. 또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동시에 아마존이 이용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온라인 주문의 빠른 배송을 지원하는 창고, 물류 서비스 부문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원 반독점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이용사업자의 85%가 아마존의 창고보관, 제품 배송 서비스인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ulfillment by Amazon)’를 이용하며 아마존에 수수료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법안을 발의한 자야팔 의원의 대변인 크리스 에반스는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 법은 아마존이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사업자들이) 이용하게 하는 아마존 물류 비즈니스 매각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빅테크의 ‘킬러 합병'을 어렵게 하는 법안도 있다. IT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려면 인수 결정이 시장의 건강한 경쟁을 침해하지 않는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플랫폼의 경쟁 및 기회에 관한 법률(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이다. 특히 이 법안은 오직 데이터 취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도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원 빅테크 기업 향한 초고강도 규제에 페이스북 "칸 빠져라"

GAFA도 반격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 제소 여부 결정’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피 신청을 했다.

법원은 FTC가 2020년 12월 제기한 소송에서는 우선 페이스북 손을 들었다. 미국 워싱턴DC 법원은 FTC가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킬러 인수' 적정성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너무 늦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FTC는 8월 19일까지 소장을 수정해 항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제소 여부 결정에 칸 위원장이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 자문에 칸이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며 이미 편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마존 역시 지난 6월 영화사 MGM 인수 조사와 관련해 칸이 참여해서는 안된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

이같은 행보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높아진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 견제를 위한 인적 전열 정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독점으로 소비자 후생이 높아지더라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신 브랜다이스학파(Neo-Brandeisians)를 요직에 앉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기업 결합 증가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언급하는 장면 / CNBC Television ‘How Biden's Big Tech crackdown could affect companies’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신 브랜다이스학파로 채워진 바이든 행정부

대표적 신 브랜다이스학파인 리나 칸이 FTC 위원장에,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때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법무부 반독점국장에는 조너선 캔터를 임명했다. 그는 미국 규제 당국이 독점금지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소규모 기업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져왔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국가경제위원회(NEC) 대통령 특별고문으로 임명된 팀 우 특별보좌관 또한 2018년 ‘The Curse of Bigness(거대함의 저주)’ 저서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대기업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미 언론에서는 이들의 본격 등장으로 ‘반독점 삼각편대'가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가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공화당 의원 다수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하원의 '플랫폼 독점 종결법' 등이 법사위는 통과했지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플랫폼 독점 종결법의 경우 공화당 의원 19명 중 16명이 반대했다. 또 상원에서는 이에 찬성할 공화당 의원이 많지 않아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FTC가 제소를 고민중인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스타그램 건도 기업 분할을 통해 인수 이전 상태로 돌아가라는 최종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과 현실성은 별개 문제다"라며 "이미 결합된 기업이 특별한 위법행위가 있지 않는 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서 분할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논의가 실제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단하기 어려운 단계다"라고 말했다.

‘자국 빅테크 많지 않은' 유럽…빅테크 ‘자기 사업 우대' 규제 논의

유럽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점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전부터 규제를 논의해 왔다. 미국만큼 강경 규제안이 논의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처럼 '킬러 인수' 제한 등으로 빅테크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기 위한 논의도 아직은 활발하지 않다. 현재는 사업 영역을 확장한 빅테크가 ‘자기 사업'을 특별히 우대하거나 다른 기업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 규제나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논의에 집중한다.

유럽의 논의는 2017년 구글 쇼핑 사건에서 본격화했다. 당시 구글은 자사의 검색 알고리즘 일부를 변경했다. 이로 인해 일반 검색 페이지에서 타사의 비교쇼핑서비스 노출 순위는 종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일반 검색 결과 첫 페이지 눈에 띄는 곳에 구글의 쇼핑서비스 제휴상품은 사진, 가격 등과 함께 보다 눈에 띄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이미지 / 픽사베이
EU 집행위는 구글이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자기 사업 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EU집행위원회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지닌 구글이 자신의 경쟁력을 인접 시장으로 확장하는 행위는 남용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기 사업을 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렸다. 이에 구글은 시정명령을 이행해 유럽 지역에서 일반검색결과 페이지 상단에 쇼핑 상품이 노출될 경우, 구글쇼핑 결과와 함께 다른 비교쇼핑서비스 검색 결과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후 유럽은 2019년 EU집행위원회 보고서와 2020년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게 된 주요 빅테크의 ‘자기 사업 우대'를 규제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했다.

EU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은 2019년 EU보고서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한 플랫폼은 ‘규제자'로서 이들이 플랫폼상에서 경쟁이 공정하고(fair), 편파적이지 않으며(unbiased), 이용자 친화적(pro-users)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에)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하거나, 경쟁자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데이터 접근성을 제공하는 방안'등으로 자기 사업을 우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20년 12월 초안이 마련된 EU의 디지털시장법(DMA)에도 같은 문제의식이 담겼다. 초안에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플랫폼은 노출순위에 관해 자기 자신 또는 제3자의 상품과 서비스를 다른 제3자의 유사한 상품과 서비스보다 유리하게 대우해선 안되고,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노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항을 삽입했다. 이런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전년도 전체 매출액의 10% 이내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가능한 긴급한 상황에선 '임시적 조치'가 내려질 수 있도록 했다. DMA에는 이 외에도 모든 게이트키퍼의 기업결합시 EU에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수집된 정보를 독점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독일 "왓츠앱 데이터 병합한 페이스북, 시장경쟁 제한 가능"

동시에 유럽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축적을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높이고 있다. 이는 미국에 비해 강경한 행보다.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다. 앞서 독일 경쟁당국인 연방카르텔청은 2016년 페이스북의 데이터 수집 처리를 조사했다. 연방카르텔청은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을 문제 삼았다. 페이스북 약관에는 소비자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위해선 (종속회사인) 인스타그램, 왓츠앱이나 페이스북 비즈니스툴스가 접목된 외부사이트, 앱에 접속할 때도 자신의 데이터를 페이스북 계정으로 전송, 병합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두고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방카르텔청은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소셜네트워크 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고려할 때 이용자로서는 실질적으로 약관에 ‘동의'하는 것 외에는 선택권이 없다고 봤다. 또 페이스북이 광고 시장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를 배제하고, 광고 시장 진입장벽도 높이는 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해당 약관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막대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은 플랫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경쟁사보다 뛰어난 ‘맞춤형 광고'를 만들 수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도 연방카르텔청 손을 들어줬다. 영국 경쟁당국(CMA)도 이같은 결정에 동조했다. 다만 페이스북은 "정보 데이터 이관에 동의하지 않는 이용자에겐 왓츠앱 일부 기능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개정한 약관을 제시해, 또다시 경쟁당국과의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페이스북과 왓츠앱 이미지 / ColdFusion, ‘WhatsApp Forces Users to Share Personal Data with Facebook’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일본 ‘플랫폼 투명화법'…거대 플랫폼 ‘갑질 행위' 방지 초점

일본에서도 플랫폼 견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은 ‘플랫폼 투명화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법은 거대 플랫폼과 거래하는 중소 이용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빅테크의 인접 시장 진출 행위를 규제하자는 미국식 논의보다는 빅테크의 ‘갑질'을 방지하자는 차원에 가깝다.

주요 플랫폼 기업이 전자상거래, 정보검색, SNS 등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무기로 중소 이용사업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문제 등 불공정거래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규제 대상은 아마존 일본 법인과 라쿠텐 그룹 등이다. 일본 정부는 해당 기업에 거래 조건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용사업자의 불만 대응 및 해결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또 대응 상황은 연 1회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기업의 자발적 보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해당 기업이 자기의 상황에 유리한 보고만 이행하고 불리한 내용은 숨길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한국도 법으로 규제 추진…하반기 적극 논의에 촉각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견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온플법은 일본과 비슷하게 플랫폼과 입점업체(이용사업자) 간 ‘갑을관계'에 주목했다. 온라인 상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중개 거래를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각종 불공정한 거래를 타파하기 위한 ‘거래공정화'의 성격을 띈다. 예컨대 쿠팡과 같은 플랫폼에 입점된 쇼핑몰이나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자영업자 등 거래에서 일어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맥락이다. 플랫폼 사업자 행위 금지 등을 열거해놓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나,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방안 등으로 추진된다.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의 책임 등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네이버, 쿠팡, G마켓 등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이용사업자와 소비자 피해나 문제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또 당근마켓과 같이 개인 간 거래(C2C)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플랫폼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추진되는 법안들은 빅테크의 인접 시장 진출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논의 속도는 더디다. 온플법은 부처 간 규제 권한을 둘러싼 힘싸움에 부딪힌 상태다. 공정위가 마련한 법안이 정부발의안으로 확정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규제 권한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방통위는 네이버 등 ICT 플랫폼을 규율해온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규제 권한을 두고 ‘기싸움'이 지속돼 규제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관할권 다툼처럼 논의가 비화되어서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사안이 벽에 가로막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관과 권한 다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시급한 문제인데 합리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시의적절하게 논의를 막아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대선 때까지는 추진이 잘 되지 않을 것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상법은 플랫폼 책임 확대를 경계하는 업계 반발과, 개정안에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우려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적에 부딪히며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공정위 TV 화면 갈무리
‘자기 사업 우대 행위 제한' ‘킬러 인수 제한' 논의 한국서 상륙할까

다만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하반기 ‘자기 사업 우대 행위 제한’, ‘킬러 인수 제한' 등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사업자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해 하반기에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공정거래법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공정거래법을 활용하되 플랫폼 사업자의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별도로 만들어 플랫폼 사업자의 자기 사업 우대행위 등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11개국 경쟁당국이 함께한 ‘경쟁당국간 국제회의'에서 "시장지배력이 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제한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플랫폼의 ‘킬러 인수'를 어렵게 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국내에서도 플랫폼 기업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소규모 기업을 인수합병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특성을 반영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본격화 될 논의에 앞서 미국과 유럽을 무조건적으로 좇아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유럽의 논의 배경이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장품 지평 변호사는 "미국은 GAFA의 지배력이 매우 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시장 경쟁 사업자를 키우기 위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쿠팡, 네이버, 신세계 등 경쟁 상황이 치열한 것과 같이 경쟁환경과 토양이 다른 만큼 독점적 지배력이라는 렌즈로 규제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은 미국 GAFA와 거래하는 유럽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진흥 측면에서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한국은 세계에서 매우 드물게 토종 자생 플랫폼 기업 경쟁력이 존재하고, 자국 시장을 선점하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배경과 맥락을 충분히 고려해 규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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