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는 거야! 어서 책 봐~!"

슬쩍 눈을 들어 스마트폰 화면과 눈이 마주치자 화면 속 인물이 꾸짖 듯 재촉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라고 생각하니 멋쩍지만 다시 책을 펼치고 공부에 집중했다.

기자가 체험한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아우르는 용어) 전문 기업 에프엑스기어의 메타버스 스터디윗미 콘텐츠 모습이다. 스터디윗미(Study with me)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도 함께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콘텐츠다. 스터디윗미 콘텐츠는 최근 MZ 세대의 새로운 공부법으로 관련 콘텐츠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독서실로 함께 공부하는 느낌을 받으며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다.

가상 아이돌 남도현 군과 공부하는 모습. /에프엑스기어
가상 아이돌 남도현 군과 공부하는 모습. /에프엑스기어
‘나랑’ 공부할래? 가상 아이돌과 함께 공부

23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의 수용성이 높은 메타버스 세상에 가상 아이돌,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에프엑스기어는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스터디윗미가 메타버스 세상에 구현했다. 오는 10월 베타 서비스를 앞둔 ‘나랑(NARANG, 가칭)’이다. 기존 유튜브 콘텐츠와 사뭇 느낌이 다르다. 현실 모습을 본따 만든 가상의 아이돌과 모바일 기기로 1대 1 스터디를 진행한다. 공부가 아닌 다른 행동을 하면 가상 아이돌이 집중을 독려한다.

에프엑스기어 관계자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며 "공부 시간에 따라 보상을 주는 등 앞으로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가상 아이돌은 아이돌그룹 BAE173의 멤버인 남도현 군이 모델이다. 그를 모델링해 기존 가상인간 구현에 사용하던 볼류메트릭(Volumetric)이 아닌 라이트필드(Lightfield) 비디오 기술을 사용해 구현했다. 머리카락 한 가닥 디테일을 실시간 렌더링으로 구현하고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광원효과를 표현해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과 피부질감을 표현했다.

에프엑스기어는 나랑을 시작으로 티비나 유튜브 등 기존 미디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팬들이 자신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직접 스타와 호흡하고 소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공부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셀피 ▲가상피팅 ▲가상메이크업 ▲스터디 ▲같이 놀기 등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마켓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의상을 아이돌에게 코디해 함께 셀카를 찍을 수 있다. 이때 헤어 컬러, 스타일 등을 변경 할 수 있다. 실제나 가상 장소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면 동작에 맞춰 아이돌이 반응한다. 이를 통해 아이템 판매나 광고 수익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

가상 아이돌 모델도 늘릴 계획이다. 남도현을 시작으로 SF9 로운, 인성, 찬희 등과 촬영을 끝냈다. 올해 5명의 아이돌 멤버를 모델로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고 내년에 더 다양한 그룹을 추가할 계획이다.

억소리 나는 수익 창출…다방면에서 활용 가능

가상인간을 만들어 수익사업에 활용하는 예는 이번만이 아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간을 만들어 활동시키는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기업 바이디어(Vydia)는 2019년 세계최초 인공지능(AI) 래퍼 에프엔(FN)메카를 선보였다. 현재 틱톡 계정 팔로워 수 990만명을 보유하며 지난 3월 싱글 앨범도 냈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가상 인플루언서는 릴 미켈라(Lil Miquela)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만명을 보유하고 지난해 1170만달러(약 130억원)의 수익 올렸다.

국내에선 ‘로지’가 각종 기업의 마케팅과 광고에 나온다. 로지는 콘텐츠 전문기업이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로 올해 10억~12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개발사는 로지가 성공하자 후속 버전으로 남성 가상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4명의 가상인물을 멤버로 한 4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회사도 있다. 이들은 연습생 신분으로 멤버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해 팬들과 춤, 노래 연습 사진 등 일상을 공유했다.

업계는 가상세계 아이돌 시장의 종착지가 단순한 아이돌 시장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XR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구축으로 사업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최광진 에프엑스기어 대표는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는 콘텐츠, 공간, 아바타 3가지다"라며 "디지털휴먼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XR로 공간을 표현해도 모든 기술에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