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김앤장 변호사, ‘리나 칸 : 반독점역사의 종말론과 뉴 브랜다이즈 운동' 논문 발표

미국에서 빅테크 때리기의 일환으로 ‘빅테크 쪼개기', ‘아마존 분할' 등 파격적 해법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또 그 선봉에는 리나칸 FTC 위원장이 있다고 소개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리나 칸이 빅테크 기업의 분할을 정답으로 주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FTC위원장 / 유튜브 Economic Security Project 화면 갈무리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FTC위원장 / 유튜브 Economic Security Project 화면 갈무리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경쟁저널 208호에는 칸 위원장의 철학적 배경과 핵심을 상세히 다룬 논문 ‘리나 칸 : 반독점역사의 종말론과 뉴 브랜다이즈 운동'이 실렸다. 해당 논문은 경쟁법 전문가인 정영진 김앤장 변호사가 리나 칸의 개혁적인 철학 형성 과정과 핵심 주장, 빅테크 독과점에 관심을 두게 된 구체적인 배경 등 현재 미국을 휩쓸고 있는 리나 칸의 철학 핵심을 요약했다.

이 논문은 리나 칸 위원장이 빅테크에 강력한 견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맞지만, ‘빅테크 쪼개기'를 직접 내세우는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세간에는 리나 칸 위원장이 1911년 미국에서 집행됐던 스탠더드오일 분할 사례처럼 빅테크의 분할을 추진하는 과격한 주장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고 뉴브랜다이즈가 ‘기업 분할', ‘빅테크 쪼개기' 같은 급진적 주장을 대안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오해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칸 위원장이 2018년 작성한 논문 ‘뉴브랜다이즈 운동(The new brandieis Movement)’을 제시했다.

칸 위원장은 2018년 작성한 논문에서 뉴 브랜다이스 학파의 핵심 철학을 정리했다. 여기서 칸 위원장은 비판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잘못 이해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뉴브랜다이즈 학파는 태생적으로 독점 경향이 있는 산업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며 그 예로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산업을 꼽았다. 칸 위원장은 "이 경우 해답은 기업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경영하는 임원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공적 규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변호사는 본인의 논문에서 칸 위원장이 집중하는 핵심 전선을 미국 공정거래법의 집행 기준 옮기기로 봤다. ‘독과점이 있더라도 소비자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괜찮다’는 ‘소비자 후생' 중심의 미국 법 집행으로는 독과점화하는 빅테크를 규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빅테크 기업은 전략적 적자 전략을 쓰거나, 양면 시장 성격으로 인해 시장 내 독과점 지위를 확보해도 소비자 가격을 여전히 낮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현행 기준인 ‘소비자 후생'을 기준으로만 빅테크를 들여다보면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칸 위원장은 미국 내 경쟁이 충분히 살아있도록 하려면 ‘정치적 자유', ‘근로자 권리', ‘노사문제'와 같은 비경제적인 요소를 함께 판단해 위법성을 판단하는 새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 뉴브랜다이즈는 공정거래법상 위법성 판단의 핵심 기준을 옮기는 데 중점을 두는 단계라는 의미다.

현재는 소비자 후생 중심 판단 기준의 폐기에 집중하는 상태다. 아직 정교한 대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새로운 기준이 합의되면 만들어질 대안은 정교한 기업·시장 분석 이후에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칸 위원장은 빅테크 독과점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칸 위원장이 "네트워크 산업에서 기업을 해체하는 것이 정답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배경이다.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은 다양하게 고민될 수 있기 때문에, ‘정답은 분할이다'라고 결론 내린 뒤 이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고 어떤 대안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시장과 기업에 대한 깊은 분석과 이해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를 뉴브랜다이즈 학파가 ‘선행 결론'을 내려놓고 답을 끼워맞추는 형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칸 위원장이 참여했던 미 하원 반독점소위원회 보고서나, 미 하원에서 통과된 패키지 법안을 봐도 ‘빅테크 쪼개기'가 명료한 대안으로 부상한 상태로 판단하긴 어렵다.

보고서에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가 중요한 특허나 재능있는 엔지니어를 보유한 신생 기업들을 ‘킬러 인수'하면서 경쟁을 제한한 조사 내용을 적시했다. 이어 ‘구조적 분리(structural separation)와 사업 부문 제한(line of business restrictions)이라는 두 가지 주요 반독점 정책 툴의 법제화를 심사숙고(consider)하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구조적 분리를 지배적 중개업자(플랫폼 기업)가 플랫폼에 의존하는 업체와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사업 부문 제한은 지배적인 기업이 특정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풀이했다. 상품 판매 시장을 제공하면서, 자신의 PB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플랫폼 특유의 ‘이중적 지위'를 해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후 미국 하원에서 지난 6월말 통과시킨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법안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이해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빅테크 쪼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뉴브랜다이즈 가운데에서는 분할과 같은 강력 대안을 주장하는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적어도 칸 위원장이 이와 동일한 의견을 가졌다고 보긴 힘들다.

정 변호사는 "뉴브랜다이즈 학파가 단일한 의견과 철학으로 집적되어서 뭉쳐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칸 위원장 철학을 ‘기업 분할’과 동의어로만 이해하기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