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이 참여할 지 여부가 정계와 보안업계 관심사로 급부상한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이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는 최근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독일로 정보 공유 대상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기에 정치적인 이슈로 더 주목을 받는다. 한국 정부는 "공식 검토한 적이 없다"외에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 안보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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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보보안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의 파이브아이즈 합류는 국가 위상 제고와 정보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긴밀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배치 이후 한한령(한류금지령)을 내려 국내 엔터 및 유통 산업에 큰 타격을 가한 전력이 있다. 또 다시 외교적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파이브아이즈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며,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하며 대놓고 견제의 목소리를 냈다.

파이브 아이즈의 기원은 2차 세계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 대전 중인 1943년 영국과 미국이 독일의 암호화 프로그램인 ‘에니그마’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것에서 비롯됐다.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비에트 연방 관련 자료 공유를 목적으로 ‘UKUSA’ 협정을 체결하면서 공식적으로 기밀정보 공유동맹이 시작됐다. 이후 1948년 캐나다,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추가 가입해 현재 5개 국가 간 정보동맹이 성립됐다.

냉전시대에는 공산국가 견제 목적으로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대테러를 막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파이브아이즈 회원국들의 동의 여부도 변수다.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화웨이 제품 배제 요청에 중도 입장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파이브아이즈 동맹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고급정보가 한국에서 북한이나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인데 (한국의 합류를) 중국이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며 "물론 가입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좋겠지만, 미국 외의 국가들이 우리나라가 고급 정보를 유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사이버 정보공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 온 부분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개정안은 군사위의 소위에서 마련했기 때문에 최종 NDAA에 담기기까지 절차가 많아 시간이 적잖이 걸린다. 또 개정안은 대상 국가 확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를 검토해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기에 강제성이 없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