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이 공개되면서 PC 시장의 분위기도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중간급 제품인 코어 i5-12600K 모델의 경우, 이전 11세대 최상위 제품보다도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훨씬 잘나오면서 벌써부터 12세대 최고의 인기 제품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12세대 프로세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12세대 프로세서 특유의 높은 소비전력을 두고 "전기 요금이 크게 오르는 것 아니냐", "높은 소비전력만큼 발열이 걱정된다", "너무 뜨거워서 여름철에는 못 쓰겠다" 등의 걱정에 인텔 12세대 구매에 대해 한 발 물러선 모습들을 모이고 있다.

인텔 12세대 코어 i9-12900K 프로세서 / 최용석 기자
인텔 12세대 코어 i9-12900K 프로세서 / 최용석 기자
그런 부정적인 의견들은 실제 12세대 프로세서를 써보지 않고, 단지 소문이나 공개된 사양으로만 지레짐작한 경우도 적지 않다. 12세대 프로세서를 직접 테스트해본 기자 입장에서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특유의 높은 소비전력…12세대는 전기 먹는 하마?

이번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는 고성능을 위한 ‘퍼포먼스 코어(이하 P코어)’와 가벼운 작업 및 멀티태스킹에 특화된 고효율 ‘에피션트 코어(이하 E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적용하면서 실제 코어 수도 크게 늘었다.

최상위 모델 코어 i9-12900K 모델의 경우, P코어와 E코어가 각각 8개씩 총 16코어를 갖췄다. i7-12700K 모델은 P코어 8개, E코어 4개로 총 12개, i5-12600K 모델도 P코어 6개, E코어 4개로 총 10개의 코어를 갖췄다. 아무리 E코어가 상대적으로 P코어보다 소비전력이 낮은 고효율 프로세서라 하더라도, 증가한 코어 수 만큼 CPU 전체의 소비전력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코어 i9-12900K에서 ‘시네벤치 R20’의 테스트 전후 전체 시스템 소비전력 차이. 테스트를 시작해 CPU사용률이 100%까지 오르자 전력 사용량이 200W이상 급증한다. / 최용석 기자
코어 i9-12900K에서 ‘시네벤치 R20’의 테스트 전후 전체 시스템 소비전력 차이. 테스트를 시작해 CPU사용률이 100%까지 오르자 전력 사용량이 200W이상 급증한다. / 최용석 기자
그 결과 코어 i9-12900K 모델 기준으로 프로세서 기본 전력이 125W, 최대 터보 전력이 241W에 달한다. 단순 소비전력만 보면 전작인 11세대보다 오히려 늘었다. 소비자들이 우려를 표하는 부분도 바로 이점이다. 소비전력이 늘수록 전기 요금도 늘어나고, 발열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인 AMD 라이젠 5000시리즈보다 소비전력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며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를 깎아내리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소비전력은 CPU가 최대로 작동할 때, 즉 강제로 모든 코어를 사용하는 특정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그래픽 및 이미지 렌더링 같은 멀티 프로세스 작업을 오직 CPU로만 처리하는 경우 발생한다. CPU 사용량이 100%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만 최대 241W 및 그 이상(전력 제한을 완전히 해제한 경우)의 전력을 소비한다.

하지만 막상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 중 하나인 게임의 경우, 생각보다 소비전력이 높지 않은 편이다. 아무리 최신 고사양 게임이라 하더라도, CPU 사용률이 100%에 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같은 나름 고사양 게임에서도 CPU 사용률은 평균 20%~30%대를 오간다. 일부 패키지 게임에서 종종 40%~50%까지 치솟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그보다 낮은 편이다. 실제 게임을 실행할 때 소비전력을 보면 약 130W~180W 이다. 주로 게임만 하는 경우라면 ‘최대 241W’라는 문구에 겁을 낼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PC를 켜놓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대로 두는 아이들(대기) 상태에서는 이전세대는 물론, 경쟁사 제품보다도 소비전력이 더 낮아진다. AMD의 4세대 라이젠7 5800X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안하는 대기 상태에서 CPU만 약 20W~30W의 전력을 꾸준히 소진하는데,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i9-12900K만 해도 대기상태에서의 CPU 소비전력은 약 10W대 안팎에 그친다.

문서 작업 및 인터넷 검색 등 가벼운 작업만 하는 상태에서도 라이젠7 5800X 기준 약 30W~40W의 전력을 소비하는 데 반해, 인텔 코어 i9-12900K는 그보다 살짝 낮은 약 30W 안팎의 전력만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낮은 소비전력의 비결은, 부하가 적을 때 P코어는 아예 쓰지 않고 E코어만 활성화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24시간 벤치마크나 렌더링 작업을 한다거나, 일부러 전력 제한을 풀고 오버클럭을 높게 적용한 상태에서 장시간 게임만 즐기지 않는 이상,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해서 전기요금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인텔 12세대 코어 i9-12900K(왼쪽)와 AMD 라이젠 7 5800X의 시네벤치 R20 테스트 전후의 시스템 모니터링 정보 비교. 최고 온도와 최대 소비전력은 인텔이 높지만, 최저 및 평균 온도와 소비전력은 오히려 인텔이 더 낮다. / 최용석 기자
인텔 12세대 코어 i9-12900K(왼쪽)와 AMD 라이젠 7 5800X의 시네벤치 R20 테스트 전후의 시스템 모니터링 정보 비교. 최고 온도와 최대 소비전력은 인텔이 높지만, 최저 및 평균 온도와 소비전력은 오히려 인텔이 더 낮다. / 최용석 기자
실상 소비전력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이번 세대 들어 소비전력이 대폭 늘어난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다. 인텔 12세대 테스트에 사용한 지포스 RTX 3080Ti만 하더라도 게임 플레이 중 순간 소비전력이 400W까지 치솟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전기요금이 걱정된다면 CPU보다 그래픽카드부터 확인해야 한다.

소비전력이 늘어난 만큼 발열도 용광로 수준?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의 소비전력에 대한 것은 대부분 설명했다. 발열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CPU나 그래픽카드(GPU)에서 발생하는 열은 소비전력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최대 소비전력이 늘어난 만큼, 이번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발열 역시 이전 세대보다 늘어난 것은 맞다. 코어 i9-12900K 모델 기준으로, 240㎜ 2열 일체형(AIO) 수랭 쿨러를 사용했을 때 CPU 100% 부하에서 최대 CPU 온도는 약 90도까지 오른다. 11세대 코어 i9-11900K가 70도대 후반, AMD 라이젠 7 5800X가 80도 안팎임을 고려하면 확실히 온도가 올랐다. 게다가 통기 상황이 좋은 오픈케이스 상태에서 측정한 온도인 만큼, 케이스에 넣은 완성한 PC 상태에서는 그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CPU를 100%까지 사용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게임을 비롯한 일반적인 작업에서는 CPU 사용률이 훨씬 떨어지고, 그만큼 소비전력이 줄면서 온도도 떨어진다.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테스트에 사용한 ‘다크플래쉬 DT-240’ 일체형 수랭쿨러. 5만원대의 가성비 제품이지만, 코어 i9-12900K의 발열도 충분히 감당하는 성능을 보였다. / 다크플래쉬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테스트에 사용한 ‘다크플래쉬 DT-240’ 일체형 수랭쿨러. 5만원대의 가성비 제품이지만, 코어 i9-12900K의 발열도 충분히 감당하는 성능을 보였다. / 다크플래쉬
‘배틀그라운드’ 같은 고사양 게임을 30분 이상 즐기는 중에도 CPU 온도는 8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사용한 일체형 수랭 쿨러가 값비싼 고성능 제품도 아닌, 5만원대의 가성비 제품(다크플래쉬 트레이서 DT-240)임을 고려하면 심각할 정도로 높은 온도는 아니다. 냉각팬을 성능이 좋을 것을 사용하거나, 좀 더 비싼 고성능 쿨러를 사용하면 좀 더 낮은 온도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 80도라는 온도는 꽤 높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CPU나 GPU처럼 엄청난 수의 트랜지스터를 고밀도로 집적한 반도체쯤 되면 보통 90도까지는 안전 범위로 본다. 온도를 강제로 낮추기 위해 성능을 떨어뜨리는 ‘스로틀링’ 기능도 보통 90도 이상부터 작동한다. 즉 평상시에는 거의 있을 리 없는 100%부하 상태에서 최대 90도의 온도가 나왔다 하더라도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게다가 기자가 테스트에 사용한 일체형 수랭 쿨러는 수십만원짜리 비싼 제품도 아닌, 5만원대의 가성비 제품이다. 크기도 2열짜리여서 아주 저가형 제품이 아닌 이상 대다수 미들타워급 케이스에 큰 어려움 없이 장착할 수 있는 크기다.

즉 하루종일 렌더링 작업을 하거나, 오버클럭 등을 적용할 계획이 없다면 시중에서 적당한 쿨러만으로도 충분이 발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것도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12900K 제품만 일체형 수랭 쿨러 사용을 권장할 뿐이다. 그보다 소비전력이 낮은 12세대 코어 i7, i5 제품은 괜찮은 성능의 공랭 쿨러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다만,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는 소켓 규격이 바뀌면서 쿨러 규격도 바뀌었다. 기존 CPU 쿨러를 사용하려면 12세대에 맞춘 전용 기구(브라켓 등)가 필요하다. 일부 브랜드 제조사들 제품은 발빠르게 12세대용 브라켓을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없는 제품이 더 많으니 쿨러 구매 시 제조·유통사에 확인이 필요하다.

이쯤 되면, 이번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소비전력과 발열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과장됐는지 알 수 있다. 전기요금에 민감하거나 조금이라도 높은 온도에 민감한 사용자에게 강요하긴 힘들지만, 최소한 일반 소비자가 쓰기에 어렵거나 심각한 하자가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