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수많은 바이러스, 세균 등과 싸우며 의학을 발전시켜 온 만큼, 질병 원인균 또한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학계가 기존에 생산된 약이 듣지 않는 슈퍼세균의 출연으로 더 이상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을 내릴 수 없는 ‘항생제 내성(AMR)’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대재앙으로 규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면 통상적인 감염병 치료에 어려움이 생긴다. 2019년 전 세계적으로 12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감염으로 사망했다. 이런 내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항생제 과다처방이다.

특히 코로나19를 방어하기 위한 인류의 몸부림은 더욱 강력한 의약품 생산을 촉진시켰고, 이와 함께 강력한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를 탄생시켰다. 미국 의료 전문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질환 학회(ECCMID)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미국 병원의 항생제 내성을 심화시켰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가 공개됐다.

연구팀은 미국 병원 271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7월 1일~2020년 2월 29일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3월 1일~2021년 10월 30일의 AMR 감염률을 비교했다. AMR 발생 비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100명당 3.54명이었고 유행 이후에는 100명당 3.47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AMR 감염률은 100명당 4.92명,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감염률은 4.11명에 달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감염률만 100명당 2.57명으로 낮았다.

또한 연구팀은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기 전후의 감염률을 비교 분석했다. 입원 후 2일 이내 발견된 감염은 AMR 감염률이 코로나19 유행 이전 2.76명에서 유행 이후 2.61명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입원 후 2일 이후에 발견돼 병원에서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의 경우 AMR 감염률이 0.77명에서 0.86명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 양성 환자들의 병원 내 AMR 감염률이 100명당 2.18명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 처방이 AMR 감염률을 상승시키는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카리 바우어 약학박사는 "이것은 대유행 기간의 감염 통제와 항생제 관리 지침, 코로나19의 심각성, 긴 입원 기간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병원에서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염 통제와 항생제 지침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런 글랫 박사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엄청나게 향상됐고 새로운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처방할 필요는 없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UN(국제연합)은 AMR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2050년까지 매년 사망자가 1000만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매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수보다 많다.

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3번째로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다. 다만 국내 항생제 처방률은 최근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1년 24.67%에서 2020년 15.9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해에는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와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 등의 처방이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내성이 없는 항생제 신약을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내성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항생물질 1개의 개발 비용이 15억달러에 달하는데, 반해 판매 수익은 연간 4600만달러밖에 되지 않아 제약사들은 신규 항생제를 개발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2016년 아스트라제네카, 2018년 사노피, 노바티스가 2018년 항생제 신약 개발을 중단하고 항암제와 같은 다른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적정 항생제 사용만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 인류가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무조건적인 신약 개발보다는 오랜 기간 인류 건강을 지속할 수 있는 다방면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