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타이틀을 지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2019년에는 왕좌 수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5세대 V낸드.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5세대 V낸드. /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든데다, 한동안 2위로 밀려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 맹주 인텔이 추격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하면서 올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한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2018년 4분기 매출 187억달러(20조9300억원), 영업이익 62억달러(6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 영업이익은 15% 증가했다.

인텔은 2018년 연간 매출 708억달러(79조2300억원), 영업이익 233억달러(26조730억원)를 달성했다. 인텔의 2018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7년 대비 각각 13%, 29% 상승했다.

31일 사업부문별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2018년 반도체 사업 매출은 86조~87조원대가 될 전망이다. 보수적인 관측을 적용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무리없이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다만, 4분기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인텔의 희비가 엇갈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2018년 1분기 20조7800억원, 2분기 21조9900억원, 3분기 24조7700억원 등 꾸준히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20조원에 못 미치는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18조4000억~19조4000억원이다. 시장 예측대로라면 인텔은 2017년 2분기 이후 6분기 만에 분기 1위 자리를 되찾게 된다.

문제는 이 흐름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로 대변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을 이끈 서버용 D램도 글로벌 인터넷 데이터센터의 재고가 늘면서 당분간 주문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주를 늘리고 자동차용 반도체, 이미지 센서 등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의 84%가 메모리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2분기 이후다. 인텔의 신규 서버용 CPU 플랫폼 출시와 맞물려 고용량 D램 모듈 주문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에게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인텔의 공정 전환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D램보다 큰 가격 하락폭을 기록한 낸드플래시 업황 개선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삼성전자는 업황 저하에 대응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이라는 기본 포석을 두고,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의 점유율이 95%에 달하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추가로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등과도 경쟁하고 있어 점유율 관리에도 소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치킨게임(어느 한 쪽만 살아남을 때까지 벌이는 출혈경쟁)과 같은 양상이 다시 펼쳐질 것이란 관측은 지나친 우려라는 지적이 있지만, 주요 제조사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경쟁사보다 출하량을 늘리면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관건은 현재 수요자에게 넘어간 협상의 주도권을 공급사가 언제 되찾아올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