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의료계, 정부에 대화의 손길 내밀어
김강립 차관 "정부 목적 달성된다는 전제로 논의하겠다"
대한의사협회 "의대 정원 확대 전제로 대화 임해선 안돼"
정부·의료계 또 엇갈리나…21일·26일부터 3일간 총파업 예고

코로나19가 확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가 정부에 ‘의·정 긴급회동’을 제안했다. 정부도 환영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은 금주 중 협상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자칭 ‘의료정책 4대악’ 전반에 대한 재논의를 주장하고, 정부는 기존 정책을 밀어 붙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는데는 상당한 진통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추진된 의료계 총파업 현장 /의협
지난 14일 추진된 의료계 총파업 현장 /의협
엇갈리는 정부·의료계 "합의점은 언제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에 의·정 긴급 간담회를 제안했다. 정부도 이에 화답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협이 제안한 정부와 대화 의사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이번 주 내에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초 정부가 제안했던 지역 의료 공백, 필수 진료 과목 부족 문제, 미래 의과학에 대한 국가적 수요가 충족되는 목적이 달성된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겠다"며 당초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발표했던 증원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앞서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달 확정했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지방의 중증·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 의사로 선발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나머지는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연구인력 500명 등이다.

의료계 "의사 많아지면 수도권 쏠림현상 저절로 해결되나?"

반면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점을 버리고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만을 전제로 대화에 임해서는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무조건적인 의대신설 또는 증원은 임기응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의대 신설로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의사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거니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를 보기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사의 양적 부족보다는 수도권에 대다수 의료기관이 밀집한 것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상급종합병원 43개 중 22개(51.2%)가 수도권에 분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도 지방보다 수도권에 밀집됐다. 지역별 의료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의료계는 무조건적인 증원보다는 ▲의료수요에 맞는 적정 전문인력 양성 ▲의사인력 관리를 위한 전문조직 신설 ▲지역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공공의료기관 역량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 중 핵심은 지역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간 의료접근성에 격차가 생기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우수한 인력이 지역 일차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을 제공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의료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또 지역의대를 신설할 게 아니라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시설을 늘리더라도 결과적으로 수도권으로 환자와 의사가 몰리면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기존 취약지 소재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의료계 갈등에 병상 부족까지…‘환자만 죽어난다’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의료계는 오는 21일 하루와 26일부터 3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의료계 파업 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빠르게 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다. 병상이 모자를 지경까지 도달한 가운데 정작 이들을 치료할 의사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은 줄어드는 양상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환자에 서울시는 이미 서울 지역 코로나19 병상의 75%를 가동 중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17일 0시 기준 시내 787 병상 중 590병상을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 지역 코로나19 병상 가동률은 이미 7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태릉선수촌에 최대 382병상을 확보해 19일부터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250병상 규모의 한전연수원을 추가로 확보해 순차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의협 측은 "수도권 내 코로나19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정부가 논란이 되는 정책을 잠정 중단하고 재협의할 의지를 보인다면 의협도 정부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