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11월 초 딜라이브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 발표는 감감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발표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T(위쪽), 딜라이브 로고 / 각 사
KT(위쪽), 딜라이브 로고 / 각 사
7일 유료방송 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12월 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이슈 등이 몰려있다. 인수를 추진하는 달라이브와의 매각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실정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인사 시즌을 맞은 것은 물론, 딜라이브 채권단의 중심이 되는 은행권 역시 임원인사 시즌을 맞았다"며 "인수합병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기업별 임원인사 후 담당자가 결정돼야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는 11월 초 딜라이브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이변만 없다면 KT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보통 방송업계 인수의 경우, 한달 쯤의 실사 과정이 끝난 후 우선입수협상 대상자 발표가 나온다. 딜라이브의 경우 KT가 수년 전부터 인수 노력을 기울인 곳이기도 하다. 딜라이브의 재무상태를 비롯한 실사는 이미 충분히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가도록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발표가 나오지 않는다. 연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시기가 맞물리기도 했지만, 결국 협상의 관건인 ‘가격’에서 양사 간 입장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KT가 딜라이브 매입 가격으로 애초에 8000억원쯤을 불렀다고 귀띔했지만, 1000억원쯤의 가치를 지닌 자회사 IHQ를 포함한 가격인지 아닌지 입장차가 있다. 기존 딜라이브의 부채를 매입가에 포함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2019년 말 연결기준 딜라이브의 부채 규모는 6600억원이 넘는다. KT가 제시한 가격에 부채를 포함할 경우 매입가는 1조4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입찰) 형태이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며 "계속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규제당국 눈치보는 KT, 대외협력부서 강화 나서

KT의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재 현대HCN 인수를 진행 중이다. KT 입장에서는 규제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KT가 딜라이브까지 추가 인수한다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41.17%(2020년 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는 일몰됐지만, 경쟁사 점유율이 20% 중반대인 것을 고려하면 독과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KT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국회의 제지도 받을 수 있다. 앞서 2017년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를 독과점 우려 등으로 불허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합산규제 폐지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유료방송 진흥을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조차 KT의 딜라이브 추가 인수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T는 국회나 정부 등을 담당하는 대외협력(CR) 부문을 강화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 쪽에서 KT 합산규제를 강하게 반대했었다 보니, 최근 민주당 보좌관 출신 인사를 상무급으로 영입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3명쯤을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보좌관 출신 직원을 경력직으로 채용한 것은 사실이다"며 "국회 등 대관 활동에 있어 전문성 높은 인력 소요가 있어 채용했으며, 국회 대관업무 수행 관련 컨설팅 직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