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과정만 11년 7개월이 걸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드디어 첫 시험 비행을 마쳤다. 최종 과제인 위성 모사체(위성과 중량이 같은 금속 덩어리)의 목표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보다 큰 성과를 얻었다며 국내 독자 기술을 통한 로켓 발사에 힘을 준다. 향후 추가 발사 시험을 통해 누리호가 완성되면 국내서 개발되는 다양한 종류의 위성을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항우연은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 진입에 실패한 배경에는 7톤급 3단 엔진의 조기 종료가 있다고 짚었다. 3단 엔진이 총 521초간 연소해야 했지만 그보다 46초 적은 475초에 조기 종료하면서 위성 모사체에 속도가 붙지 못했고, 결국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정부는 누리호가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한국 항공우주 산업 발전에 있어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누리호 개발부터 발사까지 전 과정을 국내 독자 기술로 완성하며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산 발사체가 완성되면 다양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된다.
문 대통령은 나로우주센터에서 직접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본 후 결과를 발표하며 "누리호 로켓 엔진은 높은 압력을 견디고 섭씨 3300도 화염과 영하 183도 극저온 속에서 연료를 안정적으로 연소시켰다"며 "이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에 실어 목표 궤도에 정확히 쏘아 올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우주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중형위성 3호, 11기의 초소형 군집위성 등 개발 중인 인공위성을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올려보내겠다"며 "향후 10년 동안 공공 분야에서만 100기 이상의 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다. 모두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릴 수 있도록 누리호뿐 아니라 다양한 발사체 개발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이 75톤 엔진이다. 3월 종합 연소 시험처럼 실제 비행에서 작동할 수 있을까 했는데 완벽하게 잘 됐다"며 "75촌 엔진에 대한 개발과 클러스터링, 실제 비행 시험을 통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브리핑 자리에서 "기술 난관으로 생각된 1단 클러스터링 엔진 연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1단과 2단 분리 점화, 2단과 3단 분리 점화, 페어링 덮개 분리 등 어려운 기술 진행이 잘 됐다"며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미완의 성공, 아쉬운 실패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 발사는 첫 번째 비행 시험이다. 개발해가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로 규정 짓기는 어렵다. 마지막 계단 하나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3단에서 연소 종료가 일찍 일어난 부분은 어렵지 않게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드시 극복해서 다음번에는 완벽한 결과를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항우연이 향후 추가 발사에서 위성을 목표 궤도에 안착시킨다면, 한국은 1톤급 이상의 실용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현재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 밖에 없다.
고흥(전남)=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 3단 엔진 조기 종료로 누리호 과제 미완
- 누리호 1차 발사는 아쉽게 실패…文 "위성 궤도 안착은 미완의 과제"
- 韓 발사체 누리호 이륙 후 15분 만에 위성 모사체 분리 성공
- 연료탱크 충전 마친 누리호…성공 여부 고층풍에 달려
- 누리호 발사 오후 5시로 지연
- 이통 업계, 누리호 발사 통신 및 메타버스 중계 지원
- 누리호 발사 시각, 변동 없이 오후 4시
- 누리호, 韓 항공우주 미래 싣고 21일 오후 4시 이륙
- 누리호 발사 D-1…기상 상황은 '양호'
- 국회 간 임혜숙 장관 "누리호 발사는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없다"
- 韓 항공우주 가능성 품은 누리호 발사 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