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이용대가를 놓고 통신사(ISP)와 콘텐츠 사업자(CP) 간 ‘엘 클라시코(El Clasico)’급 격전이 펼쳐진다.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간의 경기로 ‘전통의 승부’라는 뜻이다. MWC에서 양측의 설전을 통해 넷플릭스, 구글 등 대형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내외에서 재점화 할 전망이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 / MWC
티에리 브르통 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 / MWC
티에리 브르통 EU(유럽연합)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27일(이하 현지시각) MWC 2023 첫 기조연설 세션 '열린 미래를 위한 비전'에 연사로 참가한다. 기조연설에서는 EU에서 추진 중인 망 사용료 법제화 관련 내용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1월부터 빅테크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입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칭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발의를 앞두고 EU는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 수렴엔 12주가 걸린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통신회사 인프라에는 조 단위 비용이 든다. 누가 이를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게재하며 EU 집행위원회의 의견 수렴 링크를 첨부했다.

의견 수렴 설문지에는 '유럽 통신사들의 2030년까지 투자 규모는 얼마이며, 현재 구조에서 이를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 MWC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 MWC
망 이용대가에 대한 EU의 움직임에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를 대표하는 넷플릭스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최고경영자)는 28일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키노트 세션에서 여섯 번째 기조연설을 맡았다. MWC 주최 측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공동 CEO는 통신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계속 협력해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뤼팽' '웬즈데이' 등 작품에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장관급 프로그램 중 하나인 '네트워크 투자: 디지털 혁명의 실현' 세션에서도 양측의 격론이 예상된다. 최근 한국을 찾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이유'를 역설했던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을 비롯해 메타(페이스북),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GSMA 관계자들이 참석해 망 투자 확대 필요성과 방향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 행사에 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불참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행사에 실무급을 파견한다. MWC 2023에서 한국 정부의 망 이용대가에 대한 입장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바르셀로나=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