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두나무에 자금을 지원한 단순 투자기업입니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주요 주주인 카카오와의 관계를 문의하면 듣게 되는 공식 답변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감사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두나무의 설명에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15.33%로 관계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지분율이 20% 미만이나, 연결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고 적고 있다. 두나무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
카카오의 실적에 미치는 두나무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지난해 카카오는 두나무로부터 지분법 이익 4889억원을 벌어들였다.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배당금 43억원까지하면 총 493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결기준 카카오 당기순이익의 29%를 차지하는 규모다.
두나무가 카카오와 ‘외관상 거리두기’를 고수하는 까닭은 뭘까? 시장 전문가들은 카카오와 두나무의 이해상충 가능성과 업비트의 독점 논란을 이유로 든다.
카카오는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그 중 핵심 사업자가 그라운드X다. 그라운드X는 가상자산 클레이(KLAY)의 발행사이자 메인넷 클레이튼의 개발사이고,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가상자산 일부가 업비트에 상장돼 있다. 카카오의 관계사이자 카카오게임즈가 최대주주로 있는 웨이투빗의 가상자산 보라(BORA)도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심사 주체와 심사 대상이 사실 상 같은 가족이라는 얘기다. 가상자산 상장 관련 별다른 규제가 없는 가운데, 카카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코인이 업비트에 상장돼 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카카오의 독점 논란도 거리두기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카카오 독점은 불공정"이라고 말한 것 처럼, 국내 플랫폼의 독점 이슈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는 업비트도 마찬가지인데 지난해 거래대금 점유율 77% 이상을 차지하면서 가상자산 플랫폼 독점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카카오의 독점 논란이 업비트로 불똥이 튈 경우 양사의 리스크는 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업비트는 무려 3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치에서 나타나듯 업비트가 국내 블록체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두나무의 최대 주주인 송치형 회장과 경영을 맡고 있는 이석우 대표 모두, 업계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불린다. 책임감에 걸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보장해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기술 정신을 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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