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시장 선점을 위한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이 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TSMC가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곧바로 2나노를 준비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스포츠 각 종목에서는 역사상 최고 선수를 뜻하는 '고트(GOAT: Greatest Of All Time)' 논쟁이 치열하다. 파운드리 시장도 마찬가지다.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대결은 미래 파운드리 고트 선정을 놓고 중요한 서사로 주목을 받는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왼쪽)와 대만의 TSMC 팹 전경 /각 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왼쪽)와 대만의 TSMC 팹 전경 /각 사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 2위 TSMC와 삼성전자가 보유한 파운드리 첨단 공정 기술은 현재 3나노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가 처음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고, 이후 TSMC가 6개월만에 양산을 개시하며 바짝 쫓았다. 양사는 기술 로드맵을 통해 2025년까지 2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회사는 2나노 공장 설립을 발표하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TSMC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기술 선두 경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와 최첨단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자설계자동화업체(EDA) 시놉시스 등이 함께 2나노 기술 지원에 나선 상태다.

최근 엔비디아 발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리소그래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리소그래피 공정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쿠리소(cuLitho)’ 기술을 도입하는데, 이는 TSMC의 2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번 협력을 통해 ASML에서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장비를 들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평가된다. 시놉시스 역시 SW 프로그램을 통해 선단 공장 도입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창립자인 젠슨 황 CEO는 "리소그래피가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며 "엔비디아는 쿨리소를 도입하고 TSMC, ASML, 시놉시스와 협력해 2나노 이후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GAA(게이트 올어라운드)’ 기술을 도입한만큼 이를 기반으로 2나노 이하 공정에서도 기술 우위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GAA를 적용한 반면, TSMC는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GAA 기술은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높인 신기술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GAA 공정 안정화로 선단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하고 지체없는 선제적 거점을 구축해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기술 로드맵에 맞춰 2나노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TSMC는 대만의 신주 지역에 2나노 공장을 설립한다. 80조원을 들여 총 4개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용인의 공장에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R&D 비용에 1670억대만달러(7조 1593억원)를 쓴 TSMC는 올해 이보다 20% 늘어난 2000억대만달러(8조 5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회사 총매출의 8%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 설비투자에만 47조 87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작년 수준의 투자를 예고한만큼 최소 40조원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 쏠릴 전망이다. R&D 역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