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던 SK온의 지난해 직원 평균 급여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다. SK온은 임원 수를 대폭 줄이고 조직 슬림화에 나서는 등 긴축 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관련업계는 SK온의 긴축 경영 체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기울인다. 

SK온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 SK온

22일 SK온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억600만원) 대비 15%쯤 감소한 셈이다. 3년째 적자 누적이 이유다. 출범 직후인 2021년 31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더니 2022년 1조727억원, 2023년 5818억원 등 누적 적자만 1조9682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이 K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 배경이다. 

SK온은 배터리 후발주자임에도 인재에 과감히 투자했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인 평균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대중화 등을 앞두고 발생하는 수요 침체)으로 정체기를 겪으면서 당초 지난해 4분기 목표했던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감축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이 올해 1·2분기에도 각각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4분기(-186억원)와 비교해 손실 규모가 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실적전망은 ‘상저하고’로 3분기부턴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연간 기준으론 여전히 3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SK온 역시 흑자전환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보고 있다. 배터리 수요 회복과 메탈 가격 안정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노린다. 김경훈 SK온 CFO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 영업이익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SK온은 실적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각종 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특히,  인력·인건비를 축소해 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이석희 SK온 대표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때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또 올해 1~3월에만 13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진교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한 미등기 상근 임원 11명이 1월 1일부로 퇴임했으며, 2월과 3월에도 각각 1명의 미등기 상근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65명의 임원 중 20%가 퇴임한 것으로, 업계 안팎에선 SK온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SK온은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하고 있으며, 출장 시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자는 캠페인도 적극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비용에 분류되는 소모품비도 2022년(268억2700만원) 대비 45% 감소한 148억3700만원을 기록했다. 

당분간 투자도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간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로 9조원을 예상한다. 이 가운데 7조5000억원을 배터리에 투자하겠다”며 “투자금은 북미 지역의 포드 및 현대차 JV(합작법인) 위주로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