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올해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인한 판매 감소세에도 고가 차량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8000만원 이상 법인차량에 부착되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 도입 이후 슈퍼카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초고가 신차 출시 열기가 식을줄 모른다.

수입차 업계는 판매량 확대 전략 대신 한정판 등 희소성을 가진 고가 차량 출시로 적은 판매량에도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BMW 3월 한정판 ‘X5 xDrive50e M 스포츠 프로 스페셜 에디션’. / BMW 코리아
BMW 3월 한정판 ‘X5 xDrive50e M 스포츠 프로 스페셜 에디션’. / BMW 코리아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체 수입차 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은 2만93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5% 감소했다. 1~2월 누적 3만대 미만 판매량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1월(1만3083대)과 2월(1만6237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9.4%, 24.9% 줄며 20% 안팎의 감소세를 보였다. 2월 판매량의 경우 2019년 1만5885대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판매 기록이다.

특히 2월 8000만원 이상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3551대로 전년 동월 4793대 대비 25.9% 감소했다. 

이는 올해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장착하는 제도가 도입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월 8000만원 이상 모델의 전체 판매량 7516대 중 8000만원 이상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전년 동월 57% 비중 대비 10%포인트(p) 감소했다.

슈퍼카 브랜드들의 감소세는 더욱 컸다. 올해 2월 누적 기준 벤틀리의 판매량은 24대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는 35.5% 감소한 20대를 기록했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11대로 76.1%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수입차 업계는 올해 들어 8000만원 이상 고가 모델을 꾸준히 선보이며 신차 출시에 속도 내고 있다. 한정판 모델 등 희소성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량 확대 보다 1대를 팔아도 비싸게 파는 수익성 향상 전략에 힘쓰는 모습이다.

올해 2월 판매량이 급감한 벤틀리는 한정판 모델을 새로 출시하며 럭셔리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벤틀리는 이달 26일 4억6310만원에 달하는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크리스티안 슐릭(Christian Schlick)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상무가 3월 26일 서울 동대문구 벤틀리 타워에서 열린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행사에 참석해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크리스티안 슐릭(Christian Schlick)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상무가 3월 26일 서울 동대문구 벤틀리 타워에서 열린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행사에 참석해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 이성은 기자

벤틀리는 판매량 확대를 목표를 두기 보다 품질 향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크리스티안 슐릭(Christian Schlick)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상무는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 행사에서 “판매량 하락은 우리에게 큰 우려 사항은 아니다”며 “벤틀리의 경우 고객들에게 특별한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더욱 오래 걸려 인도 일정이 일관되지 않아 생산 과정에 따라 판매량이 오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계속 판매량을 모니터링 하지만 새로운 판매 기록이 목표가 아니라 계속 우수한 품질의 차량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카 브랜드 벤틀리 외에도 수입차 1·2위를 달리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고가의 특별 모델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2월 수입차 중 법인차를 1499대 팔며 가장 많이 판매한 BMW의 경우 매달 고가의 한정판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1월 ‘XM 레이블 레드 리미티드 에디션’(2억6840만원), ‘M2 스페셜 에디션’(8990만원)에 이어 2월 ‘M4 컴페티션 스페셜 에디션’(1억4300만원), ‘M850i xDrive 인디비주얼 에디션’(1억5190만원) 등을 선보였다. 3월에는 ‘X5 xDrive50e M 스포츠 프로 스페셜 에디션’(1억4360만원)을 출시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11세대 완전변경 ‘더 뉴 E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11세대 완전변경 ‘더 뉴 E클래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2월 8000만원 이상 법인차 판매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벤츠(1206대)의 경우 올해 1월 11세대 완전변경 ‘더 뉴 E클래스’를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한 더 뉴 E클래스 모델 중 ‘E 200 아방가르드’(739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들은 모두 8000만원 이상이다.

벤츠 역시 2023년 국내 연간 판매량 1위 자리를 BMW에 내줬지만 판매량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럭셔리 브랜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티아스 바이틀(Mathias Vaitl) 벤츠코리아 사장은 최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언론과 인터뷰에서 “1등은 벤츠의 전략이 아니다”며 “벤츠는 고객들의 훌륭한 브랜드 경험에 집중하면서 럭셔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틀 사장은 올해 1월 더 뉴 E클래스 출시 행사에서도 “2023년 달성한 결과에 만족한다”며 “숫자만 중요하지 않다. 특별히 중요한 건 고객 만족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