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 (70) 사랑손님과 어머니 ②… 어느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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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19 04:00
5월을 맞아 감사의 마음을 손편지에 담아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하루천자’ 필사 콘텐츠를 ‘손편지’ ‘감사’ 테마로 꾸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대상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를 부치기 전에 사진을 찍어 ‘감사편지’ 태그를 달아 페이스북 ‘하루천자'그룹에 공유해 주세요.

한국 소설가 주요섭(朱耀燮, 1902~1972)이 1935년 발표한 단편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이번 주 필사 고전으로 골랐습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혼자 아이 키우는 젊은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라고 내용 요약할 수 있습니다만, 화자로 내세운 것이 여섯살 아이이기에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이 작품은 영화·TV드라마·뮤지컬로 여러번 다루어졌으며, 만화·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패러디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주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한 장면. 주요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신상옥 감독, 최은희·김진규 주연의 흑백 35밀리 영화로 1961년 제작되었다. 제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아역상(전영선), 시나리오상(임희재), 감독상(신상옥)을 수상했고, 제9회 '아시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타기도 했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② (글자수 822, 공백 제외 631)

나는 뛰어들어가서 어머니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다시 세수시켜 주고 머리도 다시 땋고, 그리고 나서는 나를 아스러지도록 한 번 몹시 껴안았다가 놓아 주었습니다.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응."
하고 어머니는 크게 소리치셨습니다. 아마 사랑 아저씨도 그 소리를 들었을 거야요.

뒷동산에 올라가서는 정거장을 한참 내려다보았으나, 기차는 안 지나갔습니다. 나는 풀잎을 쭉쭉 뽑아 보기도 하고 땅에 누운 아저씨의 다리를 꼬집어 보기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한참 후에 아저씨와 손목을 잡고 내려오는데 유치원 동무들을 만났습니다.

"옥희가 아빠하구 어디 갔다 온다, 응."
하고, 한 동무가 말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 때 나는 얼마나, 이 아저씨가 정말 우리 아버지였더라면 하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정말로 한 번만이라도,
"아빠!"
하고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그렇게 아저씨하고 손목을 잡고 골목을 지나오는 것이 어찌도 재미가 좋았는지요.

나는 대문까지 와서,
"난 아저씨가 우리 아빠래문 좋겠다."
하고 불쑥 말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나를 몹시 흔들면서,
"그런 소리하문 못써." 하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습니다. 나는 아저씨가 몹시 성이 난 것처럼 보여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어머니가,
"어디까지 갔던?" 하고 나와 안으며 묻는데, 나는 대답도 못 하고 그만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놀라서,
"옥희야, 왜 그러니?" 하고 자꾸만 물었으나, 나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울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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