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는 피하면서도 유사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잠식하는 핀테크 기업은 전통 금융권에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귀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서비스를 제공해 효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이용자를 대상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상호 협력이 활발하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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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보험 서비스를 개선하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 핀테크 제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이 이유다. 보험사가 직접 AI 기반 자산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는 물론 전담부서와 전문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지난 1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주식 호황과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 시장금리 상승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했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는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핀테크 기술 도입 확대…퇴직연금 자산관리·헬스케어 등에 활용

보험사들은 주로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보험 상품 또는 보험업계가 다루기 까다로운 전문 영역에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다.

교보생명은 이달, AI 간편투자 서비스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제휴해 AI 기반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변액보험 상품,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에 편입하는 펀드는 고객이 플래너의 소개를 받아 직접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간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중간 조정이 필요하지만, 고객과 플래너 모두 꾸준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묵혀둔 상품 수익률에 불만을 품게 되고 이는 보험사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사용하면 빅데이터 기반 분석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고객 자산을 중간 조정하고 안정된 수익률을 창출하기 때문에 고객과 보험사 입장에서 모두 장점이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핀테크와 협업을 확대하고 핀테크 이용 고객과의 접점도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한생명은 헬스케어라는 전문 분야에 맞춤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핀테크를 선택했다. 모바일 의료플랫폼 착한의사를 운영하는 기업 ‘비바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신한생명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창구’에 ▲헬스노트 ▲착한검진예약 등의 서비스를 도입했다.

헬스노트는 질병정보를 제공해주고 관련 보험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예컨대 길을 걷다가 통증을 느껴 관련 증상을 검색해 협심증이 의심된다는 정보를 받으면, 협심증과 관련된 보험 상품을 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착한검진예약은 앱을 통해 실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검진 예약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헬스케어에 특화한 서비스를 장기간 연구한 핀테크사가 보험사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미 만들어진 서비스를 즉각 제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기술 진입장벽 높아…핀테크 찾는 보험사 더욱 늘어날 전망

AI 기반 자산관리 시스템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의 기술장벽은 높다고 평가받는다. 교보생명을 비롯해 10개 이상 금융사와 협력 관계를 맺은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의 경우 인력의 70% 이상이 개발자다. 2013년 8월 설립 후 2017년 4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요 보험사가 핀테크 기술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협업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AI가 투자비중을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은 금전적인 지원이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며 "금융업계 제휴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