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팩 팔아주세요. 저희 화장품은 한국산이라 무조건 중국에서 완판 되겠죠?"
"당신네 한국뚱뚱(왕홍)이 중국에서 대박 났다면서요?! 그럼 화장품 팔아서 때돈 벌겠네요."

3년 전 중국에서 콘텐츠 기업으로 성공한 후 국내에 우리의 활약상이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한국기업들의 대중국 유통 문의가 빗발쳤다.

지금은 우리 회사가 중국커머스씬에서 ‘한국브랜드 부티끄’ 회사로 특화됐지만 당시 우리는 콘텐츠 기업이지 중국 유통(커머스)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이나 곤란했다.

속된 말로 큰돈 벌려면 눈 딱 감고 오는 기업 마다말고 무조건 환영했어야 했지만 내 전문분야가 아니면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도 당시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간절한 중소기업분들의 부탁을 모두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은 늘 안타깝고 동시에 맹목적으로 중국대박신화만을 쫒았던 한국 기업들의 준비성 없는 태도는 여전히 불쾌함을 갖게 한다.

지금은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이때는 중국에서 한국화장품을 팔아 대박을 이루려는 사람들로 ‘차이나 화장품 러시’가 최고 절정기였다. 얼마나 심했냐면 정체불명의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슈퍼왕홍으로 둔갑해 라방(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전자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이름만 되면 알만한 한국 연예인들이 대거 마스크팩을 들고 중국으로 향했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가 고속질주를 하면 그 끝이 보이듯이 한국이 10년 넘게 향유할 차이나코스메틱 시장을 우리 스스로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것만 같았다.

불길한 예상은 늘 빗나가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최근 중국에서 한국화장품사들의 성적표를 보면 매년 역성장의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올 것이 너무나도 빨리 왔다. 지난 2020년 기준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K-뷰티는 한 곳도 없다. 상위 10위권 내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8개, C-뷰티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K-뷰티 브랜드 중에는 LG생활건강의 후가 14위, 이니스프리가 17위로 모두 10위권 밖이다. 중국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브랜드를 키우려는 노력보다 눈앞의 매출만을 추구한 결과다.

중국에서 한국화장품의 성공 포인트를 두고 한국에서 제품력, 디자인, 한류 등 설왕설래 의견이 분분하다. 모두가 틀린 말은 아니다. 디테일한 인사이트는 중국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은 가성비가 무기였다. 값비싼 유럽과 일본 화장품브랜드와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화장품 사이에서 극강의 가성비를 내세운 한국화장품은 중국 소비자에게 절묘하게 포지션 됐다. 한국화장품이 한국산이어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과신해서는 절대 안 된다.

무엇보다 중국 소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의 ‘산업굴기’ 속에 숨겨진 매커니즘을 꼭 복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정부의 ‘산업굴기’는 세제혜택, 완전 관용정책으로 외국기업들에게 자국 시장을 전면 개방한다. 처음에는 중국이 매우 폐쇄적이고 엄격할 것 같지만 이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다. 이때 외국기업들이 많은 오판을 한다. 인허가 관련 사항을 허술하게 관리하거나 중국 소비자를 경시한 나머지 브랜드를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돈벌이(매출)에 눈이 멀고 만다. 유수의 한국브랜드사 마저도 618징둥 페스티벌과 알비바바 광군제때 물량 밀어 넣기로 1년 농사를 세일즈로 한 번에 지으려고만 한다. 빅시즌에는 중국에서 내 브랜드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시즌으로 전략을 짜야지 제살 깎는 덤핑과 물량으로 승부하려고 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둘째, 짧으면 3년, 길면 5년 사이에 중국 내수기업들은 자국에 진출한 선진화된 외국기업들의 솔루션과 인사이트를 카피하고 자기화해 경쟁력을 갖춰 나간다. 한국화장품의 사례를 보면 중국기업들은 한국화장품의 가성비가 한국의 코스맥스, 한국콜마와 같은 ODM, OEM 업체에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한국화장품사가 자체 공장에서 화장품을 만든다는 말은 옛말이다.

작년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선풍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중국브랜드인 퍼펙트다이어리와 화시쯔는 모두 한국의 코스맥스가 양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에서 한국화장품사의 최대적은 한국업체인 셈이다. 이제 한국 화장품과 중국 화장품의 차별점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앞서 언급한 중국 화장품시장에서의 한국기업 성적표가 이를 반증한다.

셋째, 중국 화장품사의 시장경쟁력이 강화되면 순식간에 중국 관계당국은 관련 제도를 강화해 신규 외국기업의 진입장벽을 높인다. 중국 현지에서 화장품이 유통되려면 중국약품감독 관리국의 ‘위생허가(NMPA)’가 필수적이다. 물론 특수류(발모, 염모, 미백류등)와 비특수류(스킨케어, 메이크업 등)의 화장품 제형에 따라서 인허가 부분이 상이하지만 각 원료 성분에 대한 개별적인 데이터 등록은 물론 특수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은 안정성 테스트에 대한 공신력 있는 실험 데이터까지 제출해야 한다. 식품의 경우에는 임상테스트도 해야한다.

이를 두고 외국기업들은 중국 정부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싶지만 자국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관계당국의 조치로서 그 누구도 반박할 수가 없다. 현재 중국 화장품법은 주로 유럽의 화장품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에 인허가 수준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넷째, 중국에서 선방하고 있는 한국화장품은 MZ세대의 궈차오(国潮, 애국소비) 열풍에 고전 중이다. 오늘날 중국의 유행과 소비를 선도하는 MZ세대는 과거의 주링허우, 바링허우에 비해서 중국 공산당 시스템에 철저하게 양성된 세대들이다. 이들의 보편적인 세계관은 자국이 범세계적으로 부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주로 SNS를 통해서 중국의 지배적인 여론을 만들어 간다.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심판 판정과 관련해 많은 나라들이 편파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다른 입장이다.

오늘의 중국을 정확하게 읽어나가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공감할 것이다. 이 관점은 누가 맞고 틀리는가에 있기보다는 우리가 진출할 시장의 주 소비층이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

아웃사이더가 되지 말고 인사이더가 돼서 중국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통계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소비가 한쪽으로 편중되는 경향성을 띤다. 최근 중국인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000달러로 세계 1인당 평균 GDP수준을 넘어섰다. 14억 중국 인구의 30%가 넘는 1선과 2선 도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버금가는 경제력을 향유하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은 한 곳에 편중화 되지 않고 각자 기호에 따라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위생허가에서 동물성 테스트가 사라져 비건 화장품의 문이 활짝 열렸고 젠더리스, 유아, 색조 화장품 분야는 여전히 한국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사들에게는 유력한 시장이다. 또한 식품, 미용, 반려동물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한국의 MZ세대들이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사지 않고 올리브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듯이 중국 MZ세대들도 비슷한 소비 트렌드를 갖고 있다. 이들을 사로잡을 최고의 타이밍이 시작됐다.

다음호에는 한국중소형 브랜사들이 중국유통에 진출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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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브랜드건축가(BrandArchitect)는 중국소비자를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드 커머스를 하고 있다. 한국의 유명 유튜버들과 히든챔피언 브랜드들이 브랜드건축가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저서로는 ‘100억의 서정적인 브랜드건축가(2017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