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파업이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 시즌을 맞이한 산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친기업 기조인 윤석열정부를 향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물연대 파업 8일째인 14일전체 조합원(2만2000여명) 중 31%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는 7일부터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정과제로 추진된 안전운임제는 정해진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화물차에 물건을 맡기는 사람)나 운수 업체에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안전운임제를 통해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과로·과적·과속 등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으며 2018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해당 제도가 도입됐다. 다만 화주 및 운수업체들의 반발을 고려해 안전운임제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일몰제로 운영했다.

화물연대 파업 출정식. / 공공운수 노조
화물연대 파업 출정식. / 공공운수 노조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함과 동시에 현재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 이외에 철강·탱크로리·사료·곡물·자동차 부품・일반 화물 등에도 안전운임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타 업계 임단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가 존속을 주장하고 있는 안전운임제와 같은 제도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 고려해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이후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는 무효라는 판단이 나왔는데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완성차업계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만 59세가 되면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가 되면 기본급의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단체교섭 요구안에 담았다.

일각에서는 화물연대의 강도높은 실력행사를 일반 기업 노조들이 이어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의 결집력과 파업의 영향력을 보여줌으로써 친기업 성향인 윤석열정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화물연대 노조는 운송에 나서려는 기사들을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통해 더욱 큰 물류 차질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7일부터 12일까지 자동차·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1조6000억원 규모의 생산, 출하, 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2021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차 노조의 경우 그룹사 노조와 함께 공동전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굵고 길게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임단협 장기화를 예고했다. 임단협 과정에서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등 실력행사를 단행할 확률도 높다.

조선업계 노조도 올해 임단협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공동교섭을 추진한다. 공동교섭을 통해 교섭력을 높이고 쟁의행사로 인한 피해의 우려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도 민주노총 소속이고 대부분 사업장 노조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포함돼 있다"며 "강경 투쟁의 기조가 타 업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존속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완성차업계 등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며 강경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으니 어려운 임단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파업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는 첫 대규모 파업이다"며 "윤석열정부가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만큼 노조도 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