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e심(eSIM)이 상용화된다. 휴대폰 이용자는 한 단말기에 최대 4개까지 번호를 가질 수 있다. 일반인이 이론상 최대인 4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불법스팸 시장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스패머가 여러 계정으로 대규모 메시지를 보낼 때, 서로 다른 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나 규제 기관은 불법 스팸 관련 전망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25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9월부터 e심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휴대전화 하나에 사용자 식별용 기존 유심에 e심을 추가해 쓸 수 있다. 각각의 심은 휴대전화 번호 하나를 더 사용하는 투넘버 서비스를 허용하는 만큼, 스마트폰 하나로 최대 4개 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발신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 장면 / iclickart
발신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 장면 / iclickart
현재 SK텔레콤은 넘버플러스Ⅱ, KT는 듀얼번호 라이트, LG유플러스는 톡톡 듀얼넘버라는 이름의 투넘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월 이용료는 3000원대다. 가입자는 010으로 시작하는 제2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에 두 개의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했던 고객에게 유용한 서비스였는데, 이들은 e심 도입 후 최대 4개까지 번호를 늘릴 수 있다.

이통업계는 4개의 번호를 이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듀얼심 이용자는 듀얼넘버를 총 4개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이렇게 이용할 고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서비스를 악용하는 스패머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대량 스팸 메시지를 보내는 스패머는 이통사가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차단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데, 관리해야 하는 숫자가 늘어날 경우 원활한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 불법스팸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처장은 "현재 통신사들이 스팸을 막기 위해 자정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팸 사업자에 번호가 많이 주어지면 불법스팸 양이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번호가 늘어나면 불법스팸 사업자들은 그 번호를 가지고 스팸을 돌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e심 지원 단말과 스팸 이용량 증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단 e심 지원 단말기 종류 자체가 극소수인 만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통사 측은 "e심을 사용하는 사람보다는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불법스팸정책팀 관계자는 "현재 e심 도입 단말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e심이 상용화 된다고 해서 갑자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고, 스팸 대응 정책 역시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