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사라진 삼성전자의 콘트롤 타워 부활과 대형 인수합병(M&A), 이 부회장의 회장 선임 등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DB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새 컨트롤 타워 구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사업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전담 조직(TF)을 운영 중이다.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생명)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각각의 TF를 조정하는 콘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대규모 M&A나 계열사간 사업 점검, 경제 불확실성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발표를 통해 4세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만큼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콘트롤 타워 필요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21년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BCG의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고, 조만간 지배구조 개선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SNS 상에는 삼성전자가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미전실 합류인력을 구성 중이며, 기존 삼성 인력 외 각 계열사 전략과 타사 대관 멤버 중심 2배수 인력을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근거없는 소문이며, 사실무근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삼성전자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곳은 미래전략실이다. 총수의 경영철학을 계열사가 현실화할 수 있도록 그룹 방향을 이끌었던 핵심 조직이었다. 하지만,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폐지됐다. 조직 이름이야 어떻든 현재는 조직 재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방문한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SNS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방문한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SNS캡처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 동안 직을 유지 중이다. 2020년 10월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당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5년간의 취업제한이 풀린 만큼 빠른 시일 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시기로는 9월 추석 연휴 후나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부친이 회장직에 올랐던 12월 1일, 삼성그룹 창립기념일인 3월 22일 등이 거론된다. 회장 승진은 사내 주요 경영진이 모여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다.

삼성전자가 대형 M&A와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선전자는 지난해 1월 "향후 3년 내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초 한종희 부회장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다"며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여파로 M&A와 투자에 인색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만큼 내부 의사결정이 한층 더 과감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은 107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M&A와 투자에 나설 경우 가장 유력한 사업 분야로는 반도체가 꼽힌다. 이 부회장은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기흥 반도체 연구단지(R&D)를 찾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 반도체를 핵심 메시지로 전달한 셈이다.

그는 2019년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도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5G 등 분야에서도 M&A 추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