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전 박람회 IFA 2022는 전기는 적게 먹으면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가전들이 주력으로 소개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친 유럽 시장에서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된 가전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가 5일간의 여정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오프라인 행사는 3년 만에 열린 만큼 글로벌 대표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쌓아온 제품 보따리를 경쟁적으로 풀었다.

9월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독일 베를린에서는 IFA 2022 행사가 열렸다. / 이인애 기자
9월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독일 베를린에서는 IFA 2022 행사가 열렸다. / 이인애 기자
2019년 이후 전체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것은 3년만이지만 기존 대비 규모는 줄어든 모습이었다. 올해는 전 세계 45개국, 1400개 기업이 참여했다. 2019년 50개국, 1900개 기업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대폭 줄었다.

하지만 한국 참여 기업 수는 160개쯤으로 2019년 91곳보다 확 늘었다. 이례적으로 롯데그룹이 50개 중소기업을 데리고 참여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전자통신협회 등도 국내 중소 스타트업과 함께 전시회에 참여했다.

독일 현지 기업과 중국 기업들도 선방했다. 참여 기업 수는 현저하게 줄었으나 전시된 제품의 질이 전체적으로 향상된 모습이었다. 한국 기술력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원조의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고갈 상태에 직면한 유럽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들도 관심을 끌었다.

삼성·LG가 하드캐리…유럽 시장에 세계관 전달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신제품 공개보다는 친환경·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 세계관을 유럽 시장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들은 유럽 에너지 소비 효율 최고 등급인 A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10%나 적은 냉장고와 세탁기를, 에어컨을 전시했다. 이달부터 출시되며 스마트싱스 에너지의 AI 절약 모드를 활용하면 세탁기는 최대 70%, 냉장고는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공개를 내년 CES로 미뤄두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은 유럽 시장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존 제품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 부스에 스마트싱스 에너지절감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마련됐다. / 이인애 기자
삼성전자 부스에 스마트싱스 에너지절감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마련됐다. / 이인애 기자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며 "가전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환경에 대한 부담을 함께 줄이는 매우 중요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FA 기간 중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시연도 진행됐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로 냉장고는 10%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 절감할 수 있으며, 세탁기는 60%, 건조기 35%, 에어컨 20%가 가능하다.

HCA를 통해 스마트싱스 앱으로 LG전자, GE, 하이얼, 일렉트로룩스 등 13개 글로벌 가전사들의 제품도 조작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직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는 삼성전자 제품에 한해 가능하고 제품 조작만 가능한 상태다.

LG전자는 기존 유럽에서 냉장고 최고 에너지등급을 받은 자사 A등급 제품보다 연간 소비전력량을 10% 더 줄인 2도어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신제품을 공개했다. LG전자의 차별화된 핵심부품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가 탑재된 것이 차별점 이라는 설명이다. 모터가 회전하지 않고 직선운동을 해 동력 전달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은 구조다.

독일·중국기업도 친환경, 기술력 홍보…"아직 부족해"

독일 기업 밀레도 에너지 절약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스마트 홈 기능을 통해 자사 제품의 에너지 소비량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비량 대시보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밀레 앱 ‘밀레앳홈’을 통해 소모된 물·전력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주도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냉장고 내부의 냉기와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진공단열패널’의 핵심 소재인 실리카를 활용해 에너지효율을 높인 신제품 냉장고도 공개했다.

같은 독일 기업 보쉬도 에너지절감 제품과 서비스로 이목을 끌었다. 이들도 스마트홈을 통한 기기간 연결성 향상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제품을 제어해 에너지절감 효과가 있다고 시연해보였다.

특히 내년 3월에 출시할 자사 세탁기가 유럽 기준 에너지 최고 등급(A단계)의 전력 사용량보다 20%나 더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에너지 최고 등급보다 10% 절감한 가전을 공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앞서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아직 출시 전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국내 제품 에너지효율을 따라잡지 못 하지만 내년 출시를 내세우며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중국 TCL이 이번 IFA 전시장에 마련한 부스에 자사 TV 제품들을 전시했다. / 이인애 기자
중국 TCL이 이번 IFA 전시장에 마련한 부스에 자사 TV 제품들을 전시했다. / 이인애 기자
이번 전시에서 중국 업체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을 받은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사업이 어려워졌으나 제품의 질이 크게 향상된 모습이다.

전체 참가 업체 1000개 중 중국 업체 비중은 20%에 그쳤다. 3년 전 중국 업체의 비중이 전체 40%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LG전자 TV담당 백선필 상무가 전시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TCL은 한국의 LCD TV 기술력을 90% 따라왔다"며 "가격·화질 경쟁력 상당한 수준인데 가장 위협적이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향상된 기술력을 보였다.

아직 프리미엄 OLED TV의 SOC(시스템 온 칩) 같은 고급 부품까지 재현해내기에는 어렵지만 국내 기업의 뒤를 바짝 쫓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베를린=이인애 기자 22na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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