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첫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했다. 2022년도 사장단 인사와 같은 규모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다만, 신임 사장은 ‘60세 이하’이고, 처음으로 여성 사장도 나왔다. 성별을 불문하고 ‘기술인재’ 발탁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사장단 인사가 5일 단행됐다.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사장단 인사가 5일 단행됐다. / 삼성전자
‘50→60년대생 주축’…사장급 소폭 세대교체

삼성전자 2023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 명단을 살펴보면, 신임 사장 전원은 60세 이하다. 사장 승진 및 위촉업무 변경 인사 9명 중 7명이 50대, 2명은 만 60세다. 이는 삼성전자가 임원 인사 시 ‘만 60세 이하’ 룰을 고수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만 60세가 넘는 고위 임원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50대 젊은 임원들은 승진하는 삼성전자 고유의 인사 체계다. 이로써 1960년대생이 삼성전자의 사장단 주축으로 부상했다.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의 경우, 전경훈(60)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자리를 김우준(54) 사장이 물려 받았다. 전경훈 사장은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 사장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김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상품전략그룹장, 차세대전략그룹장, 전략마케팅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영업과 기술,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신임 사장은 포항공대 교수 출신으로 삼성전자 차세대통신연구팀장, 네트워크개발팀장, 네트워크사업부장을 역임하며 5G 세계 최초 상용화 등 성과를 냈다.

CR 담당 사장 자리에는 1964년생인 박승희(58) 신임 사장이 발탁됐다. 1957년생 이인용(65) CR 담당 사장의 퇴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 신임 사장은 중앙일보사 편집국장 출신의 언론 홍보 전문가다. 삼성전자 측은 "CR담당으로서 대내외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은 1959년생인 황덕규(63) 사장에서 1962년생인 양걸(60) 사장으로 교체됐다. 양 신임 사장은 반도체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중국총괄과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을 역임하며 반도체 등 중국 사업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영희(58)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백수현(59)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승현준(56) DX부문 삼성리서치 글로벌R&D협력담당 사장, 남석우(56)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송재혁(55)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 등도 신임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들은 모두 50대다.

삼성그룹 첫 여성 사장 등장

삼성전자에서 최초로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는 점도 주목을 받는다. 삼성그룹은 23개쯤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간 여성 CEO는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없었다.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은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하며 유리천장을 깬 첫 여상 사장이 됐다. 이 신임 사장은 로레알 출신 마케팅 전문가다.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주력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의 마케팅을 담당해왔다. 최초 여성 사장인 그는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최초 여성 사장이 탄생한 배경에는 이 회장의 ‘기술인재’ 철학이 반영됐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확대해왔다. 이 회장은 2020년 8월 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여성직원 간담회에서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 사장이 몸담았던 조직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 사장 승진과 함께 글로벌마케팅센터가 글로벌마케팅실로 격상됐다. 마케팅 분야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조직개편과 사장 등용을 통해 글로벌마케팅센터의 역할인 브랜드 마케팅의 기존 기조가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조직 ‘안정’ 추구…R&D 역량 강화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둔 인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면서 파격적인 인사보다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조직 역량을 강화한다. 삼성리서치 산하에 글로벌 R&D 협력 담당을 신설하고, 부서장으로 승현준 사장을 선임했다. 승 사장은 DX사업 선행연구를 총괄하며 미래먹거리 발굴과 기술개발을 총괄할 전망이다. 더불어 삼성리서치의 역할도 더 커진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