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주 주요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1300여개에 달하는 산하 인터넷 기업과 콘텐츠 기업들을 제쳐두고 한 업체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라성 같은 업체를 따돌리고 손정의 회장이 의욕적으로 소개한 업체는 바로 ‘완도우지아(豌豆?, Wandoujia)’라는 중국 업체다. 중국어로 ‘완도우지아’는 완두콩 비슷한 콩과의 식물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Snap Pea’다.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에 쟁쟁한 업체들이 포진해 있을텐데, 손정의 회장은 굳이 ‘완도우지아’라는 중국업체를 거론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정의 회장의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영 생소한 업체인 완도우지아에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손정의 회장의 눈에 쏙 들었을까?

 

▲ 완도우지아

 

완도우지아는 중국의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업체 가운데 하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 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중국에는 현재 200여 앱스토어 업체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완도우지아다.

 

완도우지아가 특별한 것은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무려 3억 명의 유저들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완도위지아가 중국의 메이저 인터넷 업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앱스토어 업체라는 점도 손정의 회장의 눈에 든 것 같다.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점유율은 고작 6%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의 반구글 정책으로 인해 중국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시장을 놓고 200여 개에 달하는 앱스토어 업체들이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 바로 중국 앱스토어 시장의 현황이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완도우지아의 지분 15%를 확보,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분을 30%까지 높일 수 있는 워런트도 보유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완도우지아를 최근 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에게 공개한 것은 완도우지아가 소프트뱅크 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면서 중국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손 회장은 완도우지아와 글로벌 게임업체인 슈퍼셀, 겅호온라인 등 소프트뱅크 산하 업체를 긴밀하게 연계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헤이 데이’ ‘클래시 오브 클랜스’ 등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셀을 최근에 인수했으며 ‘퍼즐 앤드 드래곤’과 같은 인기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겅호온라인을 그룹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선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겅호온라인과 슈퍼셀의 게임 콘텐츠를 완도우지아라는 앱스토어와 잘 결합한다면 중국에서도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소프트뱅크와 손 회장은 하고 있는 듯하다.

 

손 정의 회장이 지난주 실적 설명회 자리에서 “3억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갖고 있는 완도우지아와 함께 우리는 중국에서 게임,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아우르는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완도우지아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왕 준유 완도우지아  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완도우지아를 모바일 앱을 위한 모바일 검색엔진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새로 유입된 자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색 엔진과 마찬가지로 앱내의 모든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인 것이다.

 

사실 손정의 회장은 중국 시장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여왔다. 14년전 그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닷컴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는 알리바바닷컴이 지금처럼 큰 업체는 아니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주식 36.7%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알리바바는 IPO(기업 공개)를 준비 중인데 기업가치가 무려 1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손정의 회장의 혜안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알리바바닷컴 처럼 완도우지아도 대성공을 기록할 수 있을까?

 

소프트뱅크가 향후 완도우지아의 중국내 위상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슈퍼셀, 겅호온라인 등의 게임 콘텐츠를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할성화할 것 인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중 하나다. 또 다시 손정의 회장의 혜안이 빛을 발할지 두고 볼일이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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