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금감원 제재 수위가 당초 예상과 달리 모두 경징계로 확정되면서, 그 동안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화된 두 경영진의 불안한 동거가 계속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2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경고로 수정·의결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두 달 넘게 중징계 방침을 고수했던 금감원은 부실한 조사로 제재기관의 위상만 떨어뜨렸다는 오명과 함께, 당초 제재 권한을 무리하게 남용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21일 오후부터 자정을 넘긴 22일 1시까지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했고, 그 결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경고로 수정·의결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 둘의 징계 수위를 예상했던 업계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앞서 금융권은 두 CEO 모두에게 중징계가 내려지면 경영 공백이 발생하고, 반대로 경징계가 내려지면 이 둘의 다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때문에 한 명에게는 중징계가, 나머지 한 명에게는 경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금감원의 경징계 확정으로 일단 두 CEO를 포함한 KB측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당초 예정대로 중징계가 확정됐다면 조직 안팎에서의 퇴진 압박이 거세져 혼란이 가중될 게 자명하다. 결국 스스로 자진퇴진의 수순을 밟는 것이 관례인데, 경징계 확정으로 자리를 지킬 명분을 얻게 된 것이다.

 

우선 당국 제재를 앞두고 지연됐던 KB그룹 내 계열사 수장 인사가 본격화돼 사실상 업무 마비 사태로 치달은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M&A 무산 우려에 시달려야 했던 LIG손보 인수 작업 역시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KB그룹내 계열사 중 KB생명과 KB투자증권, KB자산운용, KB신용정보, KB부동산신탁 등 5개 자회사 대표와 리스크관리본부장, 상품본부장, WM사업본부장 등의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후임 인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두 CEO의 경징계 확정을 우려하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을 촉발시킨 주전산시스템 교체 문제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전산사기 교체 갈등을 둘러싼 두 수장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로, 그간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대립은 실리를 넘어 자존심싸움으로까지 비화됐고, 현시점에서도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 않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앞으로도 비슷한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두 수장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이 나빠졌기 때문에 한 명은 물러나야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갈등 봉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