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정부가 올해 안에 1~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시범인가 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를 선점하려는 각 업체 간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인터넷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은행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그 이익을 고객에게 더 돌려주겠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금융위는 지난 18일 금융개혁회의 논의를 거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재벌기업이 아닌 산업자본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금융위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필요한 최저자본금은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 원이고,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인 최저자본금 기준도 현행 4%에서 50%로 대폭 완화했다.

우리·기업은행 시장선점 ‘눈독’

우선, 은행권에서는 올해 초부터 은행장이 직접 나서서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을 염두에 두고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를 출범시켰다. ‘위비뱅크’란 신용대출 고객 선점과 안정성 및 수익성을 검증하기 위한 모델로, 지난달 26일 중금리 신용대출 판매를 시작한 이래 지난 17일까지 대출 건수 1700여 건에 총 누적잔액 70억 원을 넘어섰다.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18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기반이 될 ‘i-ONE뱅크’ 오픈식을 진행했다. ‘i-ONE뱅크’는 모든 금융거래를 하나의 앱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통합플랫폼으로 예적금, 펀드, 대출 등 200여개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ICT 업계 눈치작전 돌입

지분 확대로 은행업 진출이 가능해진 산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와 KG이니시스, 엔씨소프트 연합, 인터파크 등이 유력한 시범인가 사업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NHN은 최근 회의적 입장 발표와 함께 후보군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뱅크월렛카카오(송금), 카카오페이(결제) 등 핀테크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후보인 인터파크 역시 아직은 분위기를 살피는 단계지만 오는 7월 금융위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한 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최근 KG이니시스가 발행한 4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속내를 드러냈다. 엔씨소프트와 KG이니시스 연합이 시범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지급결제 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신중한 접근 필요” 지적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기 위해 ICT 업계를 포함한 산업군이 한층 고조돼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치권 야당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계획 발표 이후,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19일 성명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방안은 은산분리 원칙의 훼손과 금융실명제 무력화, 심각한 보안문제를 발생시켜 소비자금융피해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경실련 측은 “인터넷전문은행은 IMF위기를 불러온 제2의 종금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이 산업자본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고, 신용카드 등 무분별한 대출은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위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는) 중견재벌의 사금고화로 금융시장의 부실과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 등 경제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며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의 활성화에만 매몰돼 국민들의 개인정보 관련 피해는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허용방안, 철회되어야’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금융위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결국 대기업의 사금고화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발표 직후 각 분야별로 상이한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결과를 단정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고착화된 현 금융권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