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지난 8월 20일 독일 쾰른에서 발표했던 차세대 ‘튜링(Turing)’ 아키텍처 기반 지포스 RTX 20시리즈가 9월 20일 정식 발매됐다. 최상급 모델인 ‘지포스 RTX 2080 Ti’의 경우 전 세계에서 진행한 예약판매 초도 물량이 거의 동이 나는 등 발매 직후 흥행은 무난한 편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서 PC나 그래픽카드 구매를 고려한다면 과연 지포스 RTX 20시리즈가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되는 상황이다. 그래픽카드 하나 가격이 PC 한 대 가격에 맞먹는 130만원대에서 18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더더욱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지포스 RTX 20시리즈가 꼭 필요한 환경이 어떤 것인지 알아둘 필요는 있다.
◇ 현존 최고의 ‘4K 게이밍’ 환경을 구현하고 싶은 경우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풀HD(1920x1080)’를 뛰어넘는 초고화질 디스플레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PC용 모니터만 하더라도 풀HD는 ‘기본 화질’이 된지 오래이며, 적어도 WQHD(2560x1440)나 4K UHD(3840x2160)는 되어야 ‘고화질’ 취급을 받는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더욱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미리 만들어진 고화질 영상 콘텐츠와 달리, 실시간으로 그래픽을 구현하는 게임의 경우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요구하는 하드웨어 성능이 껑충 뛴다.
이전 세대인 ‘파스칼(Pascal)’ 아키텍처를 사용한 지포스 GTX 10시리즈 제품으로는 단일 그래픽카드로 4K 60㎐를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다. 그래픽 옵션을 조절하면 일단 4K 해상도에서 60㎐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화질을 희생해야 했기에 ‘정복’이라 할 수 없었다.
기존 지포스 시리즈의 최상급 모델인 ‘지포스 GTX 1080 Ti’를 2개 이상 다중 그래픽(SLI)으로 구성하던가, 게임보다는 딥러닝 연구 등에 특화되어 가격이 수백만 원 대에 달하는 ‘타이탄 V’ 같은 제품을 써야만 4K 해상도와 최상급 그래픽 옵션에서 60㎐의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반면 이번 지포스 RTX 2080 Ti는 기존 GTX 1080 Ti보다 약 30%~40% 향상된 성능으로 단일 그래픽카드에서 4K 60㎐ 환경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지포스 RTX 20시리즈에 후한 점수를 주는 이들도 대부분 4K 60㎐ 환경에서의 게임 성능에 만족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 영화같은 게임 화면을 즐기고 싶은 경우
이번 지포스 RTX 20시리즈의 가장 특징은 엔비디아가 재차 강조한 실시간 레이트레이싱(광원 처리) 기술(RTX)이다. 더욱 현실에 가까운 광원 처리와 그로 인한 사실적인 반사 및 그림자 효과로 실제 사진이나 영화 속 장면 같은 생동감과 현실감을 불어넣는 기술이다.
사실 레이트레이싱 기술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오늘날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는 모든 영상 콘텐츠에서 이미 다수의 광원 처리 기술이 적용되어 영상미를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한 번 렌더링에만 최대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매우 강력한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실시간이 아니라 추후 작업이 가능한 영상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컨대, ‘영화 같은 게임 화면’을 노린다면 이번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전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미 그래픽 부문에서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의 표준을 세우고 이를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포스 RTX 20시리즈는 그러한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법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하는 첫 제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