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 따른 저소비, 낮은 투자 수익률…바야흐로 지구촌은 경제 위기 후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가운데 미술품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전통 투자 자산을 대체할 새로운 요소로 주목 받았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대체 투자 자산으로 미술품의 가능성을 연구한다.

지금까지 미술품 투자의 밝은 미래를 다룬 칼럼을 수 차례 게재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엄연히 어두운 부분은 있다. 최근 일각에서 미술품에 투자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다거나, 블록체인·크라우드펀딩으로 성공 투자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술품에 투자하기 전, 반드시 장·단점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미술품 거래는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거래에 비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따라서 현금화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거래 가격이 자산(미술품)의 내재가치를 벗어날 확률이 커진다. 그 전에 미술품의 내재가치를 측정하기도 어렵기에 매매 가격도 불확실해진다. 거래 변동성도 커진다.

자연스레 투자가 아닌 투기 성향을 띤 미술품 거래가 높은 확률로 생겨난다. 실제로 한국에서 일부 금융사가 ‘적금보다 수익이 높은 미술품 투자’라는 광고 문구를 앞세워 소비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필자를 포함한 아트펀드 관계자 모임 ‘아트펀드포럼’은 최근 한국내외 미술품 투자 사례를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개인이 중저가 미술품에 투자한 사례’보다 ‘단체 혹은 기관이 고가의 미술품에 장기 투자한 사례’의 수익률이 훨씬 높았고 손실도 적었다.

예시를 살펴보자. 1903년 예술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작품을 팔지 못해 난처해하는 것을 본 프랑스 파리 사업가 앙드레 르벨(Andre Lebel)은 예술품 투자에 관심을 가진다. 그는 이듬해 1904년 ‘곰 가죽 모임(La Peau de l’Ours, The Bearskin)’이라는 예술품 투자 모임을 만든다.

초기 르벨은 형제·사촌·친구 등 투자자를 모아 매년 250프랑, 10년간 2만7500프랑을 모았다. 이 자금으로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등 작가의 작품 145점을 샀다. 10년 후 이들은 투자한 작품을 청산하며 연 평균 3.5% 수익률을 달성한다. 추가 수익은 작가 및 투자자에게 분배하면서 미술품 투자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채권, 주식 등 일반 금융 시장과 달리 미술 시장은 ‘공급 주도형’이다. 미술품을 팔 때 처음 산 가격보다 비싸게 사려는 이가 없다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매매 차익을 만들 수 없다. 미술품 재판매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재판매되는 미술품은 대부분 이전에 여러 번 판매 이력이 있는 경우다.

매매 차익이 매우 큰,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미술품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평균 30년~40년에 한번 거래될 정도로 거래 빈도가 낮다. 미술품은 대체제도 없다. 그만큼 희소성이 매우 커지며 거래 가격을 추정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추정치를 웃도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미술품 거래 시장의 유동성은 매우 낮다. 미술품의 가치와 가격을 결정하는 정보 비대칭성도 크다. 따라서 미술품에 단기간 투자해 매매 차익을 노리려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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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박사 과정을 밟는다. ‘미술관 전시여부와 작품가격의 관계’ 논문,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용역 진행 등 아트 파이낸스 전반을 연구한다. 우베멘토 아트파이낸스 팀장으로 아트펀드 포럼 진행, ‘THE ART FINANCE Weekly Report’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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