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일몰한 유료방송 시장 합산규제(특수관계자를 포함한 한 유료방송 회사가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제)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한다. 법이 없는데 유지되는 기형적 상황이 연출된다. 유료방송을 관할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합산규제 ‘연장’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시간만 끈 채 결론을 내리지 못한 탓이다.

국회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합산규제 일몰 후 불거질 수 있는 유료방송 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응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계속해서 논의만 이어갈 뿐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최근 유료방송시장은 IPTV와 케이블TV 기업 간 인수합병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의 국내 영향력 확대 등 경쟁 상황이 복잡하다. 국회의 시간 끌기에 방송 업계가 골머리를 앓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법안2소위 모습. 법안2소위는 ICT 관련 법안을 다루는 위원회다. / 류은주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법안2소위 모습. 법안2소위는 ICT 관련 법안을 다루는 위원회다. / 류은주 기자
21일 국회와 유료방송 업계 등에 따르면,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는 2020년까지 이어진다. 2019년 국정감사 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 소위 일정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감이 끝나면 11~12월 두 달밖에 시간이 없다. 2019년 내에 법안소위가 열리더라도 합산규제 이슈를 다룰 확률은 반반이다. 이슈를 다루더라도 의원들 간 의견차가 커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과방위 한 관계자는 "국감 끝나고 예산소위를 먼저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합산규제를 법안소위에서 다룰 확률은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는 7월 열린 법안2소위가 마지막이다. 당시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안소위가 끝난 후 기자와 만나 "이미 유료방송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사후규제안과 합산규제 논의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합산규제를 폐지하려면 새로운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사후규제안은 유료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등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와 관련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합산규제를 재도입할 수 있다는 의중이다.

이후 국회는 공식석상에서 합산규제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 9월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인사 청문회, 10월은 국정감사로 바빴다. 11월에는 예산 소위와 법안 소위를 열 수 있지만, 예산 쪽에 방점을 찍는다.

국회는 2020년 4월 총선을 통해 21대 국회를 구성한다. 현 20대 국회의원이 총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의원은 물론 보좌진까지 바빠진다. 총선 이후에는 22대 국회 상임위 구성 절차가 있고, 10월 국정감사 전까지 시간이 있지만, 여야 상황에 따라 법안소위 개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방송업계는 연내 합산규제 안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을 경우, 2020년 관련 이슈를 매듭짓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에서 합산규제 문제를 질질 끄는 사이 가장 속이 타는 것은 KT와 딜라이브, 그리고 KT스카이라이프다. 유료방송 시장이 인수합병(M&A) 움직임도 합산규제로 인한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분명 2018년 6월 일몰했지만, 국회 논의 등 이슈로 사실상 2년간 규제가 연장된 상황이다"며 "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를 늘리고 국내외 OTT 기업의 시장 공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KT그룹이 받는 리스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