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두자릿수 성장, 2030년께 419조원
가맹점 많이 확보하면 끝나는 승자독식 시장
글로벌 큰손들 사활건 M&A 총력전 펼쳐
남아공 네스퍼스·네델란드 테이크어웨이닷컴 주도
자회사까지 동원해 얽히고설킨 M&A 판도
알리바바·텐센트·아마존까지 가세 판 더 커져

글로벌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판이 다시 짜인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시장 1위 사업자 지위 선점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글로벌 인터넷 기업 큰손들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시장 패권 다툼을 번지는 모양새다. 이들은 지역 유력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몸집 키우기에 사활을 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는 음식배달 시장을 잡으려 건별 조단위의 막대한 투자와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남아프리카 인터넷 네스퍼스(Naspers) 자회사이자 유럽 최대 인터넷 기업 프로서스(Procus)와 네덜란드 음식배달 서비스업체 테이크어웨이닷컴(Takeaway.com)가 M&A 경쟁을 벌인다. 두 회사는 영국 음식배달 서비스업체인 저스트잇(JustEat) 인수를 놓고 맞붙었다.

사실 올해 7월 테이크어웨이닷컴과 저스트잇 간 합병이 결정됐다. 갑자기 10월에 프로서스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제안하면서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프로서스는 최근 테이크어웨이닷컴 제안보다 6%가 더 많은 67억달러(7조8222억원)를 인수금액으로 제안하며 두 회사 간 합병을 가로막았다.

영국은 유럽 시장의 핵심 거점이다. 유럽 전체 주문량의 50%(2017년 기준 )를 영국이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두 회사가 러브콜을 보낸 저스트잇은 영국 시장 1위업체다. 유럽 음식배달 시장을 장악하려면 ‘묻고 더블로’ 가더라도 저스트잇 만큼은 반드시 손을 잡아야 한다.

./ 테이크어웨이닷컴 제공
./ 테이크어웨이닷컴 제공
먹고 먹히는 글로벌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테이크어웨이닷컴과 네스퍼스 간 인수경쟁이 음식배달 시장에서 낯선 광경은 아니다. 특히 음식배달 시장이 날로 성장함에 따라 업체 간 M&A에 더욱 불이 붙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세계 음식배달 시장은 2018년 기준 350억달러(40조7000억원)에서 2030년께 3600억달러(41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마다 규모 산정에 조금 차이는 있지만, 매년 두자릿수 성장 예측은 동일하다.

시장 성장에는 모바일 보급 확산이 한몫했다. 여기에 1인가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간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 먹는 수요도 늘었다. 결제와 물류 등 IT기반 인프라 기술이 발달하며 업체들은 더 빠르게 다양한 음식을 배달할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가맹점과 이용자를 확보해야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는 시장이다. M&A는 가맹점을 손쉽게 확보하는 방법이다. 배달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이루냐가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특히 음식배달 시장은 한 지역 당 한 업체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경쟁 특성이 강해 가맹점 확보에 사활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기술투자 업계가 승자독식 시장 질서를 좌우할 수 밖에 없다. 테이크어웨이닷컴과 저스트잇 사이에 끼어든 네스퍼스는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를 키워낸 글로벌 투자회사다. 이미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을 좌우하는 큰 손이기도 하다. 41개국에 40만개 레스토랑 파트너를 확보했다.

중국 1위 음식배달 앱 ‘메이퇀뎬핑’과 동남아 1위 ‘푸드판다’, 인도 1위 ‘스위기(Swiggy)’ 등은 모두 네스퍼스와 그 자회사 투자를 받았다. 네스퍼스는 한국에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22%도 보유하고 있다.

네스퍼스를 등에 업은 딜리버리히어로도 M&A로 시장 선점에 적극적이다. 특히 신흥국 음식배달 시장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올해 인도 2위 음식배달 서비스인 조마토의 아랍에미리트 지역 사업조직을 인수했다.

저스트잇을 탐내는 테이크어웨이닷컴도 네스퍼스 못지 않은 큰손이다. 2000년에 창업해 그간 불가리아의 ‘BG메뉴’(BGmenu)와 루마니아의 ‘올리비에라’(Oliviera)를 포함해 총 19개 회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유럽 시장을 확실히 장악하려고 영국 저스트잇을 인수하려다 네스퍼스 자회사 프로세스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최근 글로벌 IT기업까지 음식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이 투자한 영국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인 ‘딜리버루’(Deliveroo)가 대표적이다. 딜리버루는 기업가치만 4조6700억원으로 배달의민족 기업 가치와 유사하다. 딜리버루는 유럽 시장에서 저스트잇의 가장 유력한 경쟁사로 꼽힌다.

중국의 ‘배달의민족'이라 부를만한 ‘어러머’(ele.me)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소유다. 2018년 인수 당시 어러머 기업가치는 무려 10조 1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어러머는 2017년 중국 포털업체 바이두가 운영한 음식 배달 서비스업체 ‘와이마이’(百度外卖)를 인수했다. 중국 시장을 알리바바의 어러머와 텐센트의 메이퇀뎬핑이 양분했다.

./ 우버 홈페이지 갈무리
./ 우버 홈페이지 갈무리
출혈 무한 경쟁이 극심해지자 특정 지역에서 전략적 철수를 선택하는 사례도 는다. 우버는 자사 음식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를 인도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우버이츠 사업부서를 인도 현지 음식배달 업체인 조마토에 매각한다. 우버이츠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도 철수했다. 바이두도 알리바바와의 중국 음식배달 서비스 경쟁에서 밀리자 사업을 모두 철수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18년 12월 독일 음식배달 사업을 테이크어웨이닷컴에 매각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중동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글로벌 시장재편 한복판에 우아한형제들 매각이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