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 연구팀이 인공번개의 일종인 ‘아크방전’을 이용해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핀은 기계적 물성이 우수하고 에너지 저장능력도 기존 탄소전극보다 약 3배 높다. 이번 연구 성과가 ‘슈퍼커패시터(초고용량 축전지)’ 용량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종·김남동 KIST 박사
김명종·김남동 KIST 박사
KIST는 19일 김명종·김남동 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연구팀 연구결과를 알렸다. 전기용접에 주로 사용하는 아크방전을 이용해 고농도의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 분말을 만든 것.

이는 슈퍼커패시터 용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성과다. 기존 커패시터의 전기 용량을 강화한 것으로 ‘전력을 모아 필요에 따라 방출’하는 점을 이용, 전지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소자다.

슈퍼커패시터는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배터리와 달리 탄소 소재에 붙는 전자의 물리적 흡·탈착을 이용한다. 급속충전 가능하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순간 고출력의 전기를 낼 수 있는 특성도 있다.

전력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와 지역별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다만 일반 배터리에 비해 낮은 에너지 저장량이 걸림돌이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IST 연구진은 꿈의 신소재 그래핀에 집중했다. 그래핀(graphene)은 전류를 형성하는 전자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열을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고효율 태양전지, 슈퍼커패시터 등의 핵심소재로 주목받는다.

기존 그래핀 제조법인 산화 그래핀(GO) 기술은 제조 과정에서 결정성이 훼손되는 등 많은 결점이 발생해 고유의 성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KIST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아크방전 그래핀 제조기술은 원료로 쓰이는 탄소봉 내부에 그래핀 산화물과 함께 질소가 포함된 폴리아닐린을 첨가한다. 이를 고온에서 아크로 가열하면 그래핀 산화물과 첨가물이 원자화 후 재조합되는 과정에서 고농도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 분말이 생긴다.

고농도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은 우수한 전도도와 표면 이온 흡착성으로 기존 탄소전극 대비 전하저장능력이 2~3배 향상된다. 슈퍼커패시터의 장점인 빠른 충·방전 특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단점으로 꼽혔던 에너지 저장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명종 KIST 책임연구원은 "슈퍼커패시터는 거대 발전소를 대신해 지역별로 분산된 발전소에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의 열쇠다"라며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고성능 그래핀 분말이 에너지 생산 및 저장 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다양한 에너지 소자 개발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