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업계 안팎으로 여진이 이어진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주를 이룬다. 각 산업이 합종연횡하는 상황에서 배달 앱이 아닌 O2O(Online to Offline)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배민의 비중을 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두 회사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자영업자 관련 단체와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과 함께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IT조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자영업자 관련 단체와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과 함께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IT조선
"배민이 시장 독점하면 가게 접을수도"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배민과 DH 간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자영업자 관련 단체와 라이더유니온,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 라이더 관련 단체가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자영업자들과 배달 라이더 단체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인수합병 이후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했다. 독과점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결합 이후 배민과 요기요, 배달통 등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서비스가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총 9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수수료 등 각종 정책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김진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배달 앱 시장 독과점은 자영업자에게 판촉비와 배달 수수료 인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며 "소비자도 경쟁이 없어지면 다양한 선택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경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대표위원은 "지금도 매출 5%를 배달 앱 수수료로 내고 있는데 이제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들이 합병하면 우리도 문을 닫게 될 수 있고,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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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포털도 음식배달하는 시대"

우아한형제들 측은 요기요와 배달통 등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소속 배달 앱 서비스와 배민 통합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현재처럼 배민 50%, 요기요 40% 등 각 서비스가 통합 없이 경쟁 체제를 유지한다는 주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향후 2년 간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최근 직원들과 대화 자리에서 "업주와 이용자가 만족할 때 플랫폼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인수합병을 했다고 수수료를 올리는 경영은 앞으로 없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이 여러 시장 경계를 넘나드는 상황을 고려해야한다고 반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 쿠팡도 음식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그럼 이들도 배달 앱 서비스 사업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배민이 배달 앱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하기엔 업체 간 서비스 경계가 점점 모호해 지고 있다"고 짚었다.

공정위에 쏠리는 눈 시장독점 판단 기준은

업계는 공정위에 주목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신청을 접수받았다. 이후 심사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 의거, 배민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여부를 판단한 뒤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단체들도 공정위가 엄밀하게 심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업자가 한번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해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우리나라는 독점규제법에 독점 해소 관련 법안 내용이 없다"며 "기업 결합심사 때 공정위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단독으로, 혹은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을 결정·유지할 수 있는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독과점 사업자)로 본다. 또한 공정위는 시장점유율 외에도 진입장벽 존재와 정도, 경쟁사업자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 판단한다.

쟁점은 배민이 속한 시장을 어느 범위까지로 보느냐다. 2018년 기준 배달 앱 시장은 3조원대 규모다. 배달 시장 전체는 이보다 훨씬 큰 15조원 규모다. 배달 앱 시장에서 배민 지배력 규모가 커도, 배달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작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배민 서비스에 대적할 경쟁자를 누구로 보느냐가 관건인 이유다. 우아한형제들 주장에 따라 경쟁사업자를 쿠팡 등 오픈마켓 사업자까지 포함하면 그만큼 배민 시장 영향력은 줄어든다. 반면 자영업자 단체와 라이더 단체들은 배달 앱 시장에서 배민이 요기요와 손을 잡으면 대적할 서비스는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우버가 운영한 음식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도 국내 시장 경쟁에서 밀려 지난해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앞서 공정위는 지마켓과 옥션 간 결합심사 때, 3년 간 판매업체 수수료를 올릴 수 없다고 조건을 내걸어 기업결합을 허가한 사례가 있어서다.

김경환 변호사(법무법인 민후)는 "현재로서는 조건부 승인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며 "공정위는 소비자에게 미칠 독과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과 기업 성장에 가장 중요한 방법이 인수합병이라는 점을 동시에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 측은 "현재 공정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